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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의 어느 지하창고에서 만난 파두(Fado)

마드리드에서 포르투갈의 포르투로

by 김주영

포르투갈의 포르투로 가기 위해 쿠엥카에서 마드리드로 다시 왔다. 마드리드에서 포르투까지는 고속열차가 없는 것 같았다. 기차나 버스를 타도 거의 8시간 이상 걸렸다. 귀국 일정이 정해진 것을 고려하면 이동시간을 아끼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마드리드와 포루투 간 왕복 비행기를 예매했다. Air Europa라는 저가항공사였다. 마드리드 아토차역에서 지하철역을 찾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공항 가는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약간 헤매던 중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버스 정류장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에 공항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 것을 보고는 기사에게 다시 한번 확인하고 5유로를 내고 올라탔다. 30분 정도 달리더니 공항으로 왔고 나는 T2 터미널 정류장에 내렸다.


마드리드의 날씨는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비가 점점 많이 내리고 바람도 더 강해져 왔다. 비행기 출발시간까지 많이 남아서 마드리드 시내에 더 있으려고도 했는데, 차라리 공항에 일찍 도착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에 세비야에서 바르셀로나로 갈 때 비행기 수화물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온라인 체크인을 해서 공항 검색대를 바로 통과해서 안으로 들어와서 가방 부피를 최대한 줄였다.


비행기 타는 게이트를 확인하기 위해 전광판을 보니까, 내 비행기 출발시간이 원래 오후 3시인데, 오후 4시로 지연이 되었다. 오후 4시가 되어도 게이트의 입장이 시작되지 않았다. 줄은 계속 길어지고 내 마음은 초조해졌다. 오후 4시 15분 정도가 되니 게이트에서 비행기 안으로 입장이 가능해졌다. 내 좌석 옆에 앉은 영국 아주머니는 누구하고 통화하는지 비행기 착륙할 때 터뷸런스 때문에 엄청 고생했고 늦게 도착했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경유하는 승객인가 보다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주머니에게 비행기가 1시간 30분 넘게 지연되고 있다고 불평 섞인 말을 하니, 자기는 앞에 타고 왔던 비행기가 지연 도착해서 포르투 가는 비행기가 늦게 출발되어 오히려 다행이라고 했다.

비행기는 1시간 10분 정도 날다가 포르투 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 입국장에서 택시기사분이 내 이름이 적힌 스마트폰을 들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내가 예약한 아파트형 호텔이 구글로 검색하니 잘 조회가 안되어 고생할 것 같아 일부러 택시를 예약해 놓았었다. 그에게 비행기가 지연되어 늦게 도착해서 미안하다고 하니까, 네가 비행기 몰고 온 거 아니지 않냐며 농담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스마트폰 앱 화면을 열더니, 유럽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의 이동현황이 다 조회된다고 직접 보여 준다. 유럽에서는 비행기 연착이 흔하다고 괜찮다고 한다. 택시기사분은 키도 크고 덩치가 큰 사람이었는데, 영어를 꽤 잘하였다. 포르투갈어가 스페인어와 매우 비슷하지만, 포르투갈에 와서는 영어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사분이 포르투갈에서는 영어를 해도 잘 통한다고 한다. 영국과 포르투갈은 과거에 나폴레옹 군대와 싸우기 위해 연합한 이후로 계속 두 나라 사이가 좋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스페인에 비해서는 포르투갈에서는 영어가 잘 통하는구나 짐작되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주인이 보낸 이메일 내용대로 현관문 박스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열쇠를 꺼내어 현관을 열고 방으로 올라가 다시 문을 열었다. 세탁기, 주방기구, 냉장고, 침대, 화장실 등이 갖추어진 아늑한 공간이었다. 나는 잠깐 정리를 하고 저녁 7시에 예약해 둔 파두 공연장인 '카사 두 파두'(Casa do Fado-Ribera)로 향했다.

포르투갈 음악장르인 "파두"(Fado)는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음악이다. 포르투갈이 대항해시대에 개척해 놓고 이후 식민지로 만든 브라질에서 노동자들이 대거 리스본으로 이주하면서 가져온 그들의 음악이 포투투칼의 정통음악과 합쳐지며 탄생되었다고 한다. 포르투갈도 스페인처럼 아랍인들의 지배를 받은 시간이 500년이 넘으니, 자연스럽게 아랍적인 세계관과 음악이 녹아 있다고 한다. 전통 파두음악은 지금 들으면 약간 올드한 느낌은 있다. 하지만, '마리자'(Mariza)와 같은 현대 파두 가수의 노래는 들을만한 편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한국의 경기장까지 와서 경기 전에 포르투갈 국가를 불렀던 포르투갈 국민가수라고 한다. 그녀가 부른 Chuva(비)를 추천하고 싶다. 비와 인생을 비유하며 영혼을 노래하고 있는 아름다운 곡이다.


오늘 밤에 찾은 파두 공연장은 건물의 지하를 개조한 것으로 아주 운치가 있었고 관객들과 충분히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였다. 포르투갈 기타 연주자 2명과 클래식 기타 연주자 1명이 연주를 하며, 중년의 여자 가수 1명이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기타 연주자 1명이 파두에 대하여 잠시 설명도 해 주었다.

리스본으로 더 나은 생활을 찾으러 온 사람들은 매일 힘들게 살아야 했다. 그들은 부자들처럼 파티나 고급 공연장에 갈 수가 없었으므로 오늘 찾은 이 공연장처럼 건물의 창고에 모여서 노래와 연주를 들으며 힘든 애환을 달랬다고 한다. 당시에는 피아노로 오직 두 개의 코드만으로 연주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파두 음악이 탄생했고, 파두의 의미도 운명, 숙명이라고 했다. 리스본에서 생겨난 파두는 이후 코임브라에서도 새로운 파두가 생겼는데 코임브라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연애와 사회적 이슈를 노래로 다루었다고 한다. 따라서, 파두는 리스본 파두와 코임브라 파두로 나뉜다. 파두는 1960~70년대에 대중매체를 통하여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는데, 파두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아말리아 호드리게스'는 당시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파두 여가수였다. 연주자들은 정해 놓은 형식으로 공연을 하지 않으므로 미리 리허설을 하지 않고 온다고 한다. 이런 점은 재즈적인 특징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가수가 연주자에게 노래와 키를 요청하면 연주자들이 거기에 맞춰서 연주해 주는 듯이 느껴졌다.

포르투의 어느 건물 지하공간에 자리 잡은 운치 있는 공연장에서 제공한 파두 음악과 포르투 와인에 취해 보았다. 공연이 끝나고 건물 밖을 나와 강변을 따라 걸었다. 레스토랑의 불빛, 거리의 공연자들, 강 건너편 언덕에 펼쳐진 아름다운 건물들의 풍경들이 어두운 방안에 켜 놓은 촛불처럼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포르투가 제공한 오늘 밤도 나에게 추억으로 지나갈 것이다. 숙소로 가기 위해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포르투갈의 항구도시인 포르투에서의 첫날밤이 깊어져 간다. 숙소로 돌아 와서는, 피곤하지만 쉽게 잠이 들지 않는 나의 영혼을 위해 포르투갈 작곡가이자 클래식기타리스트인 실베스트레 폰세카(Silvestre Fonseca)의 '멜로지아 쥬마 노이체'(Melodia de uma noite, 밤의 멜로디)를 들었다.

https://youtu.be/FU-CJk9wLa8?si=PSFNGF9uhccaql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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