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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의 야경에 취하다

포르투 와인과 파두 음악

by 김주영

포르투에서의 두 번째 날이 밝았다. 내일은 코임브라로 이동할 예정이어서 오늘 하루만 온전하게 포르투를 관광할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밤까지 구석구석을 다 다닐 수도 있었지만, 나는 무리하지 않기로 하였다. 여행의 막바지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휴식과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행일정을 세울 때 포루투를 나에게 추천해 준 분도 아름답고 물가도 싸며 쉬기에 좋은 도시라고 알려 주었다.


먼저, 내일 코임브라로 이동할 시외버스 정류장을 사전답사해 보기로 하였다. 나 홀로 자유여행은 여행 중 변수가 많기 때문에 현지에서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은 하는 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다. 숙소에서 도보로 약 40분 거리로 조회가 되던데, 막상 걸어보니 그 이상 걸렸다. 포르투는 언덕이 많은 항구도시로 가는 길도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쳐야 했고, 작은 골목길 들도 여러 번 통과해야 했다. 목적지의 거의 마지막에 와서 헷갈렸는데, 시외버스 정류장과 지하철 역이 겹쳐지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에게 여러 번 물어서 지하 통로를 찾아서 겨우 시외버스 정류장에 도작하였다. 기차역과는 다르게 여러 곳으로 가는 청년들, 이민자들, 포르투갈의 서민들이 많이 보였다. 시외버스가 요금이 싼 이유도 있을 것 같았다.

시외버스 정류장 사전답사를 마친 후에는 넬루 서점을 목적지로 정하고 다시 움직였다. 헤리 포터의 작가는 포루토에서 체류하며 소설을 썼는데, 넬루 서점 내부의 신기한 구조가 헤리 포터 소설의 내용에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포루투의 인기 관광지로 부상하였다.


서점 가는 길에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오르막 도로에 자리 잡은 조그만 레스토랑으로 들어가서 2시간 넘게 비를 피하였다. 점심으로 주문한 양념절인 소고기가 들어간 바게트가 아주 맛있었다. 처음으로 내 입맛에 맞는 현지 음식이었다. 비는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아서 맥주와 커피도 마시며 시간을 더 보냈다. 나중에 비가 조금 적게 내리는 것을 보고 밖으로 나왔다.

넬루 서점까지 천천히 걸어가며 포루투의 도심을 구경하였다. 서점 앞에 도착하자 서점 입구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비가 오는데도 도로까지 횡단하며 이미 길게 늘어서 있었다. 줄은 쉽사리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서점 안의 공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나가는 사람들만큼 들여보내 주는 것이 아닐까 짐작되었다. 저녁 일정도 있기 때문에 여기서 기약 없이 시간을 보낼 수가 없어서 아쉽지만 그곳을 떠났다.

포르투의 매력은 도시 관광지 곳곳을 마음만 먹으면 거의 모두 걸어 다닐 수 있으며 언덕에서 강변으로 내려가는 골목길들이 이쁘다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 길들은 유럽식 건물들이 양쪽에 자리 잡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와는 다를 수 있지만, 포르투의 건물들이 다른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좀 낡은 편이어서 어린 시절 산복도로 마을로 올라가는 길들을 떠올려 주었다. 언덕에서 강변으로 남루한 골목길들을 내려가며 어린 시절의 추억에 잠겨 보았다.

강변에 이르자 철제 다리를 건너서 맞은편 강변으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저녁 6시 30분에 예약한 파두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이 공연장은 특이한 점이 포르투갈의 유명한 와인제조 회사인 칼렘(CALEM)에서 운영하는 와인 저장 창고 건물에서 한다는 것이다. 칼렘 회사가 포르투에서 제조되는 자사 와인을 홍보하려는 마케팅 전략이 있는 것 같았다. 총 1시간 30분의 시간 중에 약 30분은 영어 가이드 단체 투어 형식으로 포르투 와인 박물관과 와인 저장소를 견학한다. 그리고 위층에 있는 파두 공연장으로 올라가서 칼렘의 포루투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시음하며 1시간 동안 파두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다.

포르투의 근교 지역에 있는 계곡에 대규모 와이너리가 있는데, 수확되는 포도의 품질이 좋고 당분이 높다고 한다. 그것은 기후와도 관련이 있는데, 여름철에는 기온이 약 45도까지 올라가고 겨울철에는 영하로 떨어진다고 한다. 태양빛이 강하게 내리지만 두 계곡 사이로 통과하는 바람들이 와이너리를 건조하지 않게 만든다고 한다. 여기서 수확된 포도들은 여기 양조장으로 와서 발효와 숙성과정을 거쳐 판매가 된다고 한다. 포르투 포도 자체도 당분이 놓은데, 여기에 당을 더 첨가하니 스위트 와인이 되는 것이다. 포르투 레드 와인의 경우 알코올 도수가 20도가 넘으니, 와인 치고는 약간 센 편이다. 저장소를 구경하니 오래 숙성되고 있는 것은 백 년도 넘는 것도 있었다.


칼렘에서 자사 와인 홍보를 곁들여하는 공연이다 보니, 가수들의 실력은 어제 공연보다 조금 높은 것 같았다. 예술가들의 수준을 비교하는 것은 무례할 수도 있으니, 어제 공연은 파두의 탄생처럼 리스본의 어느 선착장 창고에서 탄생하였고 노래도 힘든 삶을 받아들이며 때로는 그 한을 토해내는 느낌을 준 거 같았다. 그에 비하여 오늘 칼렘 양조장에서의 공연은 격조가 조금 가미된 것처럼 느껴졌다.

파두는 태생이 상류층이 향유하던 음악이 아니고 서민들의 선술집에서 힘든 생활을 달래며 술 한잔 하며 듣는 음악이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서민음악의 매력은 진솔한데 있을 것이다. 파두를 상류층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도 집안이 어려워 어릴 때부터 이러한 선술집에서 몸도 팔며 파두 노래를 부른 '마리아 세베라'라고 하는 여가수 때문이었다. 집시출신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그녀의 아름답고 이국적인 외모와 영혼을 울리는 듯한 노랫소리는 상류층에게까지 소문이 나며 일부러 찾아와서 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공연장을 나오니 와인 판매장으로 연결이 되었다. 잠시 구경하다가 건물 밖으로 나섰다. 어느덧 어둠이 포르투를 뒤덮고 있었다. 옛 수도원이 있었던 언덕 위 전망대로 올라가 포르투의 마지막 일정으로 도시 야경을 감상하였다. 어두운 밤에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옷깃을 저미고 숙소로 가는 언덕길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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