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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마표류기 Sep 09. 2021

11. 말을 잘 들읍시다!


     

말을 잘 타기 위해서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 하고 또 좋은 말을 만나야 합니다. 여

기에 기승자의 끊임없는 노력이 더해져야 합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선생님과의 소통

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도 놓치지 말고 기억해야 하며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특히 제 3자가 나의 자세와 말의 상태를 관찰하고 맞춤형으로 조언해 줄 때 그 가르침은 피와 살이 됩니다. 학창시절에 맨 앞자리에 앉아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메모하던 친구들이 공부를 잘할 확률이 컸습니다. 승마도 동일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타다 보면 고집과 간사한 마음이 생겨 선생님의 말을 잊고 자신이 편한 

대로 타는 것이 문제입니다. 몸이 힘드니까 자꾸 요령피고 싶거든요. 저도 그렇지만 어느 정도 경력을 갖춘 많은 승마인들에게 이런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말을 새겨들어야만 재미있게 오래 탈 수 있으며 발전할 수 있습니다. 

요즘 교관님의 지시대로 좌속보*만 하고 있습니다. 좌속보가 안 된다고, 다시 말해 말

의 반동을 몸으로 받지 못한다고 해서 한 달간 특별훈련을 받는 것인데 이제 겨우 

반달이 지났습니다. 좌속보는 온몸으로 말의 반동을 받으면서 가는 보법인데 허리도 아프고 솔직히 너무 지겹습니다. 가끔 달리고 싶은 욕망이 앞서곤 합니다. 그래도 참아야 합니다. 왜냐고요? 선생님과의 약속 이전에 저와의 약속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 없이 요령만 익히면 제자리 걸음만 할 뿐이란 것을 압니다. 말(言)을 잘 들어야 발전이 있습니다. 그 길이 지루하고 힘들지라도요..


* 좌속보: 마장에서 보통 “속보로 가세요”라고 하면 좌속보를 일컫는 것이다. 경속보처럼 엉덩이를 들지 않고 앉아 있는 상태에서 ‘통통통’ 리듬을 타면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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