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승마표류기 Sep 10. 2021

12. 쿵 쿵 쿵 심장이 뛴다

“ 말을 타는 두 시간 정도는 가슴이 뛴다. 흥분된다. 말의 심장소리가 들리고 나의 

숨소리가 들린다. 마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런 설렘과 흥분 때

문에 말을 타는 것 같다. 아무도 없는 새벽, 조용한 주변, 마장*에선 오직 나의 호흡소리와 말의 발자국 소리, 심장 뛰는 소리만이 들린다. 후우욱 확, 후우욱 확. 어느새 말과 

한 몸이 된다. 이런 설렘이 오전 내내 계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어려운 시련

이 닥쳐와도 승마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제대로 중독됐다.“


몇 년간 일주일에 평균 4~5일 정도 꾸준히 말을 타다 보니 말의 습성에 대한 지식이 조금씩 쌓이는 것 같습니다. 사실 알고 싶어서 알게 된 것이 아니라 말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또 보다 잘 타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익히게 된 자의반 타의반 지식이 대부분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승마는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익스트림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말은 겉보기엔 정적이고 차분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원래 달리기 위해 태어난 녀석이라 잘못 다루면 마구 달리거나 날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허나 잘 다룬다면 스릴 넘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위에 저의 감상처럼 중독성도 대단합니다. 하지만 결코 만만한 운동은 아닙니다. 말을 처음 타거나 중간에 다른 말로 바꿔 타면 기승자와 말 모두 한두 달은 고생하게 마련입니다. 사람 관계처럼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오해가 생기기도 합니다. 한동안은 고되지만, 말의 습성에 적응하고 말도 기승자의 성격을 알게 되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말도 편하게 달리고 싶고, 기승자도 편하게 타고 싶기 때문에 이러한 합의점은 반드시 찾아야 몸과 마음이 편합니다. 이런 합의점이 생기지 않으면 기승자가 떨어지거나, 말이 고삐로 인해 고통 받을 것이란 사실을 서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해의 과정을 포함한 3개월 동안은 티격태격 자존심 싸움을 하며 운동을 해 가야 합니다. 물론 중간에 틀어지는 수도 있습니다. 이후 6개월이 지나면 ‘인마호흡(人馬呼吸)’이 어느 정도 맞기 시작하고, 기승자의 몸도 어느 정도 자신의 말에 적응하게 됩니다. 이렇게 사람의 근육이나 자세가 타고 있는 마체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기좌*도 점점 안정됩니다. 승마의 본질적인 재미는 “서로 맞춰가는 것”이러한 과정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기좌: 기승자가 말에 탔을 때 마체에 닿는 부위인 좌골, 무릎, 다리 등을 총칭하는 말이다.


* 마장: 승마장을 줄인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11. 말을 잘 들읍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