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섬

7. 목포는 항구다

by 글마중 김범순

배가 목포항과 가까워질 무렵 환상적인 해안 산책로가 보였다.

홀딱 반한 우리는 저 길을 꼭 걸어보자고 했다.

배에서 내려 땅을 밟았다.

무사 귀환에 감격했다.

살 만큼 살았으니 언제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기뻤다.

삶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에 실망했고 몹시 부끄러웠다.

이렇게 편할 수가?

여객선 터미널에서 기차표도 판매했다.

오후 7시 30분 KTX를 예매하고 본격적으로 목포 구경에 나섰다.

터미널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과일부터 사고 점심은 담백하고 칼칼한 연포탕을 먹기로 했다.

식당은 많아도 연포탕 하는 집이 드물어 한참만에 찾아냈다.

죽은 낙지 밖에 없어 값이 싸다고 했다.

푸근한 인상의 여주인 강권에 못 이겨 자리에 앉았다.

산 낙지가 아니라 그런지 연포탕 국물은 밍밍했고 낙지는 질겼다.

이렇게 뒷말하려면 아까 산 낙지 없다고 했을 때 미련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도초 흑산 목포에서 단 한 가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은 음식이 있었으니 그것은 잔멸치 볶음!

목포는 일제가 전라도에서 생산한 풍부한 곡물과 목화를 수탈하기 위한 거점 항구였다.

즐비한 일본식 건물마다 우리 백성의 뼈 부서지는 신음이 배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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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근대 역사관 1관 (구) 일본영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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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관 내부. 태극기를 흔들면 직원이 촬영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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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관 중인 목포 근대 역사관 2관 (구) 동양척식 주식회사 목포지점. 일제 침략의 실증적 유적이다.

목포 근대문화 거리에 있는 유명한 적산 가옥 카페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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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안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왼쪽 맨 위에 있는 가죽 여행가방.

나의 외가 다락에도 똑같은 모양의 가방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장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해상 케이블카를 탔다.

목포 시가지와 유달산을 제대로 감상하며 바다를 가로질러 작은 섬에 닿았다.

아까 배에서 본 환상적인 산책로가 있는 고하도였다.

햇볕이 내리쬐는 길을 따라 땀을 뻘뻘 흘리며 해안 산책로를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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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잔인이 독특한 고하도 전망대.

전망대 바로 아래 아찔한 높이의 가파른 계단을 내려갔다.

내려가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올라올 때는? 한숨이 절로 났다.

바다가 펼쳐진 절경을 앞에 두고도 고통스럽기만 했다.

바람 한 점 없어 찜통 속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이건 산책이 아니라 고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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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도 해안에 있는 아름다운 산책로.

볼만한 곳이 많았지만 더위에 지친 우리는 사진 몇 장 찍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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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승강장 건물 뒤편 입구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꽃.

지금 나는 많이 후회한다.

죽을 만큼 덥더라도 다음 꽃 검색으로 이름을 알아봤어야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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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장 건물 밖을 헤매는 게 한 마리.

집을 잃어서 그런지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

어쩌면 더위에 평정심을 잃은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일지도.

유달산 승강장에 도착해 시원한 갤러리에서 전시된 작품을 마음껏 감상했다.

동생이 유달산을 올라가자고 했지만 해안 산책로의 고행이 떠올라 거절하고 그늘진 숲길을 조금 걸었다.

택시를 타고 목포역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식사는 중화요리를 먹기로 했다.

한식과 달리 맛의 실패율이 적었으므로.

기사에게 목포역 부근 중화요리 맛집을 물었다.

과연 식당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유산슬을 주문하고 기대에 부풀었다.

유산슬만 시켰을 뿐인데 두 가지 만두와 특별 서비스라는 짬뽕과 탕수육으로 식탁이 풍성했다.

이게 웬 횡재?

식당을 추천해준 기사가 진심으로 고마웠다.

유산슬 맛은 그저 그랬지만 여러 음식으로 배부르게 먹었다.

차림표에 ‘중깐’이 있어 뭐냐고 묻자 주인은 주방으로 달려갔다 나오며 말했다.

“중깐 한번 맛보세요.”

이렇게 마구 퍼주다니? 목포 인심이라 가능한 것 같았다.

‘중깐’은 면이 가느다란 짜장면이었는데 맛있었다.

아픈 역사를 담은 목포 역 플랫폼으로 KTX 열차가 들어왔다.

익산까지 가는 나와 여동생과 제부를 서울까지 데려다 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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