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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중 김범순 Feb 08. 2024

삽화

77. 3박 5일 1화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모습.

볼 때마다 천지창조를 떠올리며 경탄한다.


가장 여행하고 싶은 곳은 어디야?

누가 이렇게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중국 장가계라고 대답할 것이다.

     

태국은 내 여행 리스트에 없는 나라였는데 미용장 모임에서 3박 5일 골프 투어를 간다고 했다. 얼른 신청했다이 기회가 아니면 못 가볼 것 같아서다.    

 

열두 명 일행 중 셋은 남자였다손 미용장회장님 부군박짱 부군무거운 골프가방과 캐리어들을 대전에서부터 버스에 싣고 내리고 공항 접수대까지 옮겨줬다. 고맙고 또 고마웠다


회장님 부군과 박짱 부군은 골프를 즐겨 해외 원정까지 기꺼이 앞장선 것이다. 부부가 같은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큰 축복이다회장님과 박짱은 전생에 여러 나라를 구했나 보다.


임금님 행차!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취타 연주도 했더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공간 예술의 정점을 찍은 작품. 

국가의 품격이 돋보였다.

너무 예뻐서 신는 순간 환상의 나라로 안내할 것 같다. 마흔 살이었으면 금방 샀을 텐데 절약에 도가 튼 73세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


출국 수속을 끝내니까 3시가 훨씬 지났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가로 올라갔다. 손님이 넘쳐나니까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식당 주인도 있어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회장님 기지로 한식 전문 식당에 열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해물찌개를 먹었는데 밥맛이 기가 막혔다.  갓 찧은 품질 좋은 쌀로 정성껏 지어 차지면서 쫀득하고 풍미가 가득했다


몇 년 전 급성 디스크를 앓은 뒤부터 버스나 비행기 의자에 앉으면 허리가 아팠다. 여섯 시간을 잘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창 쪽에 앉고 통로 쪽에 장짱이 앉았다우리는 가운데 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앞쪽을 쳐다보며 장짱이 말했다.

  자리 주인이 다가오고 있어요.”

  "그러면 그렇지!"  

  선배님기뻐하세요. 중년 남자 앞앞자리에 앉았어요!”

우리는 캭소리치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소지품을 가운데 자리에 놓고 편하게 앉아 미루고 미루던  국어 공부 노트를 들었다장짱은 자기 계발 리더십 책을 폈다


비행기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비행기가 태국을 향해 서쪽으로 갈수록 환해졌다. 낯선 경험이라 신기했다

                         

의자가 편해서 허리는 아프지 않았으나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장짱은 계속 메모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동안  드라마5회 차까지 보았다.    

                                                                                                                                                               

태국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했다비행기 문을 나서 통로에 서자 후끈했다. 두꺼운 겨울 옷이 거추장스럽기 그지없다. 남이 입은 털옷조차 숨이 막힐 정도였다. 여섯 시간 이동했을 뿐인데 우리나라는 아파트 수도 계량기가 얼어붙고 태국은 30도가 넘었다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옷 갈아입을 장소가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골프장에서 보낸 차를 타고 1시간가량 달려 숙소에 도착했다룸메이트는 골프를 같이 시작한 짝꿍이었다누구랑 지내도 상관없지만 짝꿍이라 더 편하고 좋았다벌써 밤 1시 반이 넘었다언제나 그렇듯 여행 전날은 잠을 설쳐서 몹시 피곤했다


가방을 풀어 정돈한 뒤 간신히 세수만 하고 누웠다. 아침 6시 30분에 1층 로비에서 일행과 만나기로 했으므로 6시에 알람을 맞췄다. 또 잠을 못 자면 어쩌지? 걱정과 달리 금방 잠들었다.


빰빠라라 ~~♬♪ 빰빠라라 ~~♬♪   


웬 음악소리지?

눈을 번쩍 떴다

알람음이었다.

단잠에 빠진 짝꿍을 깨웠다.

  몇 시예요?”

  “6시!

우리는 후다닥 일어나 세수하고 골프백 커버를 벗겼다. 

   "다른 방도 다들 준비 잘하고 있겠죠?"

사위가 지나치게 고요한 게 수상쩍은지 짝꿍이 고개를 갸웃하며 자기 시계를 보았다.

  선배님 지금 4시 25분 밖에 안 됐잖아요. 어쩐지 조용하더라.”

  "엥?"

작년 네덜란드 갔을 때는 현지 시각으로 자동 변경되더니 이번에는 안 된 것이었다

  미안미안. 빨리 더 자자.”


화장하고 옷까지 갈아입었지만 재빨리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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