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줄 서기
라운지에서의 브런치
공항 출국장 줄은 길고도 길었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장년 층 부부가 내 뒤에 섰다. 성격 급한 남편이 큰소리로 투덜거리며 정신없이 왔다 갔다 했다.
20분 정도 지났을까? 남편이 내 앞쪽에 서자 아내가 남편 옆에 서더니 슬금슬금 내 앞으로 파고들었다.
이건 아니지 싶어 강경하게 말했다.
“두 분은 분명히 제 뒤예요!”
아내가 찔끔 놀라 얼른 제자리로 돌아갔다.
출국장을 빠져나올 때까지 부부는 내 뒤를 따랐다. 때로 눈총을 쏘는지 뒤통수가 따가웠지만 경우에 어긋난 짓을 하지 않았기에 떳떳할 수 있었다.
면세구역 샤넬 매장에서 전부터 갖고 싶던 콤팩트를 샀다. 별로 싼 것 같지 않아 기분이 별로였다. 사은품이라며 작고 검은 망을 건네기에 지저분한 짐 늘어나는 게 싫어서 다른 거 달라고 했다.
“휴대폰 넣기 좋다고 인기 엄청 많은데 왜 그러세요?”
귀가 쫑긋해서 얼른 받았다. 즉시 개봉해 휴대폰을 넣어 목에 걸었다. 정말 편했다. 로고가 크게 새겨져 있어 살아있는 광고판이 된 것 같아 기분은 좀 그랬다.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6시 10분에 집을 나섰다. 당연히 아침을 굶었다. 대한항공 라운지 1인 자리에 앉아 편하게 브런치를 먹었다.
비행기 타고 두 시간도 안 됐는데 점심 식사가 나왔다. 음식 남기면 벌 받는다는 관념이 골수에 새겨져 있어 남김없이 먹었다.
후식으로 과일이 나왔다. 맛없었지만 남기면 벌 받을까 봐 배불러도 다 먹었는데 치즈 세 가지와 딸기잼이 또 나왔다. 치즈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 남기면 벌 받을 까 봐서가 아니라 맛있어서 천천히 다 먹어치웠다.
슬슬 양치하러 가볼까 궁리 중인데 배식 카트가 멈추고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준다.
어쩌냐? 배가 터지더라도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은 포기할 수 없었다. 다 먹고났더니 씩씩! 배부른 돼지처럼 숨소리가 거칠었다.
두어 시간 누워있었지만 깊은 잠은 좀체 들지 못했다.
꼼짝하지 않아 소화가 하나도 안 됐는데 석식이 나왔다. 벌 받을지 모르지만 아니 벌 받더라도 남길 수밖에 없었다.
비행기에서부터 우리나라 사람 뒤를 바짝 쫓아가 줄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