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융통성과 정석의 경계
네덜란드 딸네 집에서 한 달 보름 머물기로 했다. 인천 공항으로 가기 위해 대전 청사 선사유적지 역에서 줄을 섰다.
버스기사가 맨 먼저 탄 아저씨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안 돼요!”
“버스 예매한 거 확실하잖아요.”
“태그가 안 된다고요. 태그 안 되면 숫자가 틀려 출발할 수 없단 말이에요. 어서 내리세요. 저 앞에 택시 있잖아요.”
“에이 그러지 말고 한 번만 봐주세요.”
“다른 손님 못 타잖아요. 출발 시간도 3분이나 늦었고요. 빨리 내리세요.”
아저씨가 내리고 사람들이 차례차례 버스에 올랐다.
청사 역을 출발한 버스가 잠시 후 도룡 역에 정차했다. 아까 버스에서 내린 그 아저씨가 맨 먼저 올라와 일행이 있는 뒷자리로 갔다.
도룡 역 출발 버스표를 예매하고 청사 역에서 타려다 실패한 것
아저씨가 옳다는 건 아니지만 일행이 둘씩이나 있었으니 한 번 봐 줄만 하지 않은가?
안 되는 이유와 되풀이하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태워줬어야 했다.
한마디로 버스 기사가 융통성이 없다.
그게 무슨 큰 위법이라고 굳이 택시를 타고 앞서 가게 하는가 말이다.
역지사지
자기가 그런 처지였다면?
정석과 융통성의 경계 쩝!
태그와 고객 수가 틀리면 버스가 출발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기사는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
정석에서 벗어나면 비리가 된다.
아저씨를 태워주는 게 그렇게 큰 비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