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원의 주인공은 수강생이고 주인공인 수강생을 지도하는 강사의 교육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따라서 원장과 강사가 자주 만나야 한다며 이 주일에 한 번씩 모여 담소를 나누자고 했다.
6년 넘게 근무했지만 처음 있는 일이었다.
첫 티타임 날이 다가왔다. 이마에 성실이라고 쓰여있지만 부드럽게 웃을 줄 아는 김 원장이 우리 조 10명의 강사들을 맞아 과목과 이름을 물으며 악수를 청했다.
"이렇게 모시고자 한 가장 큰 이유는 강사님의 불편사항을 듣고 개선하기 위해서입니다."
가장 못 돼먹은 강 팀장과 그 비슷한 두어 명한테 학을 떼었던 우리는 감격했다.
김 원장은 티 타임 마무리로 옛날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숨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일사유사(逸士遺事)에 기록된 내용입니다. 삯바느질로 입에 풀칠하며 어린 두 아들을 키우는 홀어머니가 있었습니다. 그날은 비가 아주 많이 와서 처마 밑으로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가 아주 요란했어요. 그런데 얇은 쇠판 두드리는 소리가 섞여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두 아들이 깊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소리 나는 곳을 파보았습니다. 그곳에는 금과 은이 가득 담긴 보석함이 있었습니다.”
원장은 이야기를 멈추고 우리에게 질문했다.
“선생님들은 이 보물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장 팔아서 넓은 집으로 이사하겠다, 땅을 사겠다, 미국에 집을 사고 아이들 유학을 보낸다, 의견이 분분했다.
“홀어머니는 보석함을 그 자리에 더 깊이 묻었습니다.”
우리는 손에 들린 보석함을 방금 빼앗기기라도 한 듯 아쉬워하며 왜요? 했다.
“호의호식하면 아들들이 긴장을 잃어 반듯하고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지요.”
이 주마다 우리는 존경해 마지않는 김 원장에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를 들으며 강사의 품격을 높였다. 그런 반면 원장이 새로 부임할 때마다 김 원장과 비교하는 단점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