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새로운 여자 원장과 강 팀장이 부임했다. 강 팀장은 시청 주사였다가 승진하면서 다시 교육원으로 발령받았다. 강 팀장은 자신보다 직급이 높으면 굴종하고 낮으면 지나치게 경멸하는 쓰레기 공무원의 전형적 인성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특히 교육원 강사들을 못살게 굴고 무시했다. 정규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
새로 부임한 여자 원장은 인사할 때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지나쳤다. 강사 모두 3년 전에 근무하던 김 원장님을 사무치게 그리워했다.
열흘 정도 지난날 강 팀장이 도도한 모습으로 나타나 원장실로 오라고 했다. 원장은 역대 수강생 모집 현황 집계 서류를 손에 들고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새벽부터 줄 섰던 미용사 자격증반이 왜 몇 년 전부터 추가 모집을 해도 정원미달일까요? 강사님한테 원인을 묻지 않을 수 없네요.”
“2009년 이전에는 미용사 자격증만 있으면 헤어, 피부, 네일 미용사로 취·창업이 가능했는데 법이 바뀌어서 자격시험이 분리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우리 교육원도 재작년부터 피부미용 자격증반과 네일 자격증반을 신설했거든요. 미용사 자격증반을 삼 등분한 상황이라 수강생 수가 적습니다.게다가 국비 지원 미용학원과 교육기관이 우후죽순처럼 증가하!”
“그건 원인 분석이 아니라 핑계잖아요!”
원장이 큰소리로 내 말을 딱 끊었다.
“하반기 수강생 모집 때도 똑같으면 미용사반은 폐지하고 바리스타 반 신설할 계획이니까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세요.”
강 팀장은 원장 뒤에서 고소해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어이없어하는 나에게 손가락으로 목을 휙 그어 보였다. 이를 앙다물고 속으로 부르짖었다. 귀신들은 뭐 하냐? 저런 인간 안 잡아가고!
수강생들과 의견을 모아 선발한 모델 15명과 틈나는 대로 강당으로 올라가 해외 직구 댄스 음악 CD를 틀어놓고 혼연일체가 되어 워킹과 춤 연습을 했다. 머리카락을 이용하여 자유의 여신상을 재현하고 형광색 인조 머리카락으로 핑크 카라 꽃다발을 만들고 공작과 타조 깃털에 머리카락을 붙여 근사한 인디언 추장 모자도 만들었다. 천사처럼 예쁜 수강생한테는 춤 동작을 크게 하면서 신랑 신부 행진할 때 색종이 가루를 끊임없이 흩뿌려 무대를 환상적으로 연출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