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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중 김범순 Jul 05. 2024

삽화

106. 평생소원 6

산등성이 몇 개가 연결된 차밭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찍다 보니 흔들려서 사진이 엉망이다.


공중정원 입구

케이블카에서 내려 버스로 한참 달려 도착한 곳


여기서 또 버스를 타고 구불거리는 산길을 한참 올라가야 한단다.  차창밖은 우리나라 산골 같았다 금방 바위 숲이 나타나곤 했다.


  "빨리 저 아래 쳐다보세요!"


가이드가 소리쳤다.

버스가 잠시 멈췄다.


아스라이 공중정원이 내려다 보였다.


만약 내가 첩첩산중인 이곳에서 태어났다면?


이른 아침 찬밥 한 덩어리 들고 산꼭대기에 있는 저 밭으로 올라가 온종일 돌을 골라내며 김을 맬 것이다. 뉘엿뉘엿 해가 지면 흩어진 머리카락을 흙 묻은 손으로 쓸어 넘기며 ㄱ자로 굽어진 허리를 펴고 일어설 것이다.  걸음을 재촉해 초라한 너와집으로 돌아와 옥수수나 고구마를 삶거나 메밀죽을 끓여 식구들과 나눠먹고 허름한 이불을 덮고 죽은 듯이 잠들 것이다. 산너머 넘어 또 넘어 넘은 그 어디인가 있다는 도회지를 동경하며 하루하루 살 것이다.

 

고갯마루에 커다란 주차장이 있었다.


가까이에서 본 공중정원

유채꽃 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조붓한 흙길을 내려오다 만난 주막

우리나라 막걸리 병과 소주병이 매달려 있다.


다시 오르막

다시 내리막


앞산 바위가 짙은 안개에 싸여

모습을 드러냈다 감추기를 반복했다.


바람이 불자 거짓말처럼 안개가 옅어졌다.

대구 아가씨가 소리쳤다.

  "이때예요. 얼른 찍어요!"

3초도 안 됐는데 안개가 바위산을 타 넘으며 몰려들었다.


전날 탔던 백룡엘리베이터

위 사진이 그중 괜찮아서 확대한 것


사진은 그저 그렇지만 실제로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빼어난 경치였다.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이 이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세계적인 대작 아바타를 제작했다.



언제 안개가 자욱했었느냐는 듯 해가 떴다.


장가계에 와 봤으니 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변덕이 죽 끓듯 해서 언제 무슨 말을 할지 모르지만


공항 가는 길에 의무적으로 식품점에 들어섰다. 팥, 콩, 수수, 땅콩이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패키지의 마지막 관문 침향 가게

일행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독특한 한식당 출입문

점심도 맛있게 먹었다.


군성 사석화 박물관 1층



장가계에서 나고 자란 토가족 화가

이군성의 사석화 작품이 전시된 박물관



흩어져 있는 돌에 그려진 그림이 너무 예쁘고 재미있다.


사석화(沙石畵)란

모래와 돌가루로 그린 그림이다.


요란한 입구

물감으로 표현할 수 없는 까칠한 질감이 도드라져 매력적인 사석화

 

그림과 블록, 벽돌, 돌로 만든 생활 도구, 매트, 짙은 나무틀과 두껍고 우툴두툴한 장중한 나무 문이 어우러져 예스러우면서도 여지없이 대작(大作)의 풍모를 자랑한다.


대문을 열면 곧바로 장가계 풍경

탐나는 작품 중 하나


그림과 똑같은 마을이 있다면

한 달 만이라도 살아보고 싶다.



왼쪽 작품이 가장 탐났다.

물어보나 마나 비쌀 것이다.


쓸쓸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작품



꽃은 유화로 그렸을 것 같았다.  돌가루가 저토록 예쁜 색은 낼 수 없을 테니까. 아니었다. 모래와 돌가루를 색깔 별로 빻아 유리병에 넣어 사용한다고 했다.


이 작품도 탐났다. 집안 어디에 놔도 어울릴 것 같아서


오리의 보드랍고 뽀송한 깃털

돌가루로 어찌 저리 자연스럽게 표현했을까?


오른쪽 화사한 그림만 빼고 탐났다.

작품 한 점에 약 구만 원

샀다가 두고두고 후회할까 봐 얼른 돌아섰다.


여행한 지 두 달 된 지금은 다르다.

내가 언제 또 장가계를 가겠는가?

한 점이라도 사 올걸

후회막급이다.


장가계 공항 대합실


평소 집에서 술을 안 마시는 제부가 연태 고량주는 유명하다며 한 병 샀다. 대구 아가씨가 가게 밖에 서있는 나한테 물었다. 동생네 뭐 샀느냐고. 동생 부부가 가끔 사돈에게 줄 선물 어쩌고 저쩌고 하기에 냉큼 대답했다.


  "술 샀어. 아마 사돈한테 선물하려나 봐."

막 계산을 마친 제부가 한껏 비웃었다.

  "누가 사돈한테 이만 원짜리를 선물해. 오만 원짜리라면 몰라도!"


손위 처형한테 감히!


설사 내가 실수를 했더라도 이건 아니었다. 기분이 확 잡쳐 같이 비웃었다.

  "흥, 이만 원이나 오만 원이나!"

이런 식으로 몇 번 언쟁하다 보니 제부한테 거리감이 생겼다.


!


쳐다보기도 아깝던 제부였는데

제부 역시 나한테 여러 번 실망한 듯


여행은 사람의 참모습을 알게 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비행기를 탔다.

소원성취를 이루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수채화 한 폭 같은 하늘

 

안녕 장가계!

나의 장가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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