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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중 김범순 Jul 04. 2024

삽화

105. 평생소원 4

드디어 장가계에 왔다.


평생소원을 이루었다.


나름 기품 있는 벽 장식


감개무량(感慨無量)

아주 오래전부터 장가계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렜다.


날씨가 변화무쌍해서

조금 전까지 내리던 비가 그쳤다.

사무치게 보고 싶던 이 풍경


중국의 화가 오관중이 장가계를 발견하여 

국가에 개발할 것을 권유했단다.


아련하고 신비로운 해무리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만난 무료 공연단

이야, 이게 웬 떡?

나, 여동생, 대구 아가씨. 

셋은 제1열에서 관람했다.


장가계에 80% 살고 있는 토가족은 어머니 성씨를 따른다. 걸어 다니며 식사하는 풍습이 있어서 친구가 대변을 보면 그 옆에 서서 식사를 계속한다.


여자가 발등을 밟으면 사랑 고백 

마주 밟으면 싸우자는 뜻


 피할 수 없는 패키지여행의 관문, 쇼핑!  

한약 냄새가 물씬 풍겼다.


유리 책상 가운데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신선의 경지에 오른 것처럼 보이는 한의사가 진맥 했다. 

그리 오래잖아 근심 어린 얼굴로 말했다. 

어혈이 많아 방치하면 머지않아 중풍이 찾아온다고.

맞는 말이었다. 

나는 고혈압 환자였으니까. 

사향 넣은 공진단을 6개월 복용하면 

깨끗하게 치료된다며 이백만 원이라고 했다.

비싸다고 했더니

건강을 위해 반이라도 사라고 했다.

돈이 없어 못 산다고 잘라 말했다.


여자 통역사가 바짝 달라붙어 할부도 가능하다며 20분 넘게 같은 말을 반복하며 강권했다. 거절도 대여섯 번, 맨 정신으로 조름을 당하니까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절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소량의 양약으로 30년 넘게 혈압을 안전하게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예약한 마사지를 빨리 받아야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혈자리를 눌러 근육 이완을 돕는

한방 마사지는 강추하는 바이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어디론가 멀리 이동했다. 이번에는 옥으로 만든 피슈가 진열된 대형 주얼리 가게였다.


중국의 재물신 피슈 


피슈는 용의 9번째 아들로 금은보화를 먹고 산다. 용의 머리, 사자의 몸, 호랑이 발, 봉황의 날개, 독수리의 발톱, 기린의 꼬리 등 11종류 동물을 가진 형상으로 입은 있고 항문이 없어 만물을 삼키고 절대 뱉지 않는다. 상상의 동물인 피슈는 사방에서 재물을 끌어들이고 사악한 기운을 쫓아내는 수호신이라 사업가들은 옥으로 만든 피슈를 반드시 소장한다.



사장과 직원은 옥의 아름다움을 극찬하고

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력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일행은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장식 가구가  멋지다.

비움과 채움이 적절해서 더 돋보였다.


사장이 말했다.

  "저희 집은 대대로 옥가게를 했습니다."

여동생이 받았다.

  "금수저시네요."

  "아니요. 저는 돈 많지 않아요. 이 가게는 얼마 전에 국가 지원으로 오픈했어요."



장신구를 좋아하는 나

참새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진주 크림과 손녀에게 줄 목걸이를 샀다.


아침저녁으로 지나치며 보는 대형 공연장


사면을 똑 같이 한 아이디어가 돋보여 확대했다.


장가계 유리다리


핸드폰을 바닥에 놓고 찍었다. 

아득한 하얀 줄끝

놀랍게도 남자가 매달려 있다. 

얼마나 용감하면 여기서 번지점프를 할까?


무서워서 벌벌 떠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일행 단체 사진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친밀해졌다. 세 팀은 전생에 어떤 인연이 있었기에 장가계 여행에서 만났을까?


첫날 계단에서 다리로 내려서다 하마터면 앞으로 고꾸라질뻔했다. 바로 뒤따르던 인천 팀 학생 어머니가 내 어깨를 감싸고 토닥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넘어지지 않고 다치지 않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뜻밖이었다. 어떤 마음으로 살기에 저토록 예쁜 말을 할 수 있을까?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다.


유리다리에서 멀리 보이는 협곡

쏟아져 내리는 맑은 물  

기다란 지붕의 정체는?

길고 긴 미끄럼틀이다.

속도감 있게 내려가면 아주 짜릿하겠다.


무서워서 여동생이 아닌 제부 뒤로 줄을 섰다. 제부는 운동화 뒤축이 두꺼워 도무지 미끄러지지 않는다며

어깻죽지 아파 죽겠다고 계속 짜증을 냈다.


제부와 나란히 출발한 옆 줄의 여동생은 쓩!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에잇! 덕 보려다 제대로 한방 먹었다.


난생처음 타보는 집라인

한 마리 새처럼 공중을 가르며 환호했다.


3D 안경을 쓰고 탄 회전 바구니

장가계 곳곳의 풍경을 한눈에 들어왔다. 그러다 협곡 아래로 급강하해 아슬아슬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도의 숨을 내쉬는 찰나 커다란 바위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들어 부딪칠 것 같아 스릴이 넘쳤다.


여동생이 속삭였다. 

  "한약방에서 나랑 대구 팀 아버지가 약을 삼백오십만 원어치나 샀잖아. 여행 옵션에 미끄럼, 집라인, 3D체험 없었거든. 가이드가 커미션 두둑하게 받고 기분 좋아서 특별히 쏜 것 같아."


갈대로 만든 저 건물의 용도는 무엇일까?

혹시 박물관? 

아니!

화장실이었다.

저 정도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이 아닐까?


황룡동굴 가는 길의 물레방아

 

대국의 위엄을 갖춘 회랑

황룡동굴 안에서 배를 타고 지나가며 찍은  장관 


배탈 때만 좋았다.

걷고 또 걸어 저 위에 있는 

다리를 건널 줄은 꿈에도 몰랐다.


수백 개의 계단을 오르고 내린 끝에 만난 꼭대기


회음벽


한글로도 써 놓았다. 장가계는 우리나라가 먹여 살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앞에 서서 소리치면 메아리가 울렸다. 다들 점잖아서 일행 중 나만 고함을 질렀다.


나이를 먹으니까 부끄럽지 않아 아주 좋다. 화장실 앞에 줄이 길면 거침없이 남자 화장실로  들어간다.


동굴 안의 원색 조명이 아주 불만이었는데 이 풍경엔 넋을 잃었다.


황룡동굴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또 비가 내렸는지 도로가 질척하다.

1년에 200일 비가 내린다는 장가계


마음에 쏙 드는 기와지붕의 버스 정류장



저녁 만찬을 끝내고 9시 넘어 호텔에 도착했다.

너무너무 피곤했다. 

양쪽 다리가 경쟁이라도 하는 듯 쥐가 났다.

이날 잠이 안 와 꼬박 밤을 새웠다.


원수 같은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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