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사그라다 파밀리아
초콜릿으로 만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모형
바르셀로나에서의 첫 아침
어젯밤에는 꿈도 꾸지 않고 푹 잤다.
눈뜨자마자 거실로 나와 마주친 풍경이다.
호텔 뒤 고색창연한 건축물
베란다로 나가 자세히 살펴보았다. 호텔과 작은 골목을 사이에 뒀는데 스페인 향취가 물씬 풍긴다. 저 모습만으로도 스페인을 다 본 것처럼 벅차다. 건축물이 호텔의 품격까지 높여주고 있다.
포도송이 조명 통로
중세로의 시간여행으로 충분하다.
정중하고 중후한 목조 장식
어젯밤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날이 밝아야만 보이는 또 하나의 장관이었다.
느지감치 외출채비를 하고 호텔을 나섰다.
호텔 바로 옆 건물 측면의 현대적 철 구조 장식
건물 사이로 호텔 뒤에 있는 고색창연한 건물이 조금 보인다.
호텔 바로 옆 건물 정면
카사 보나벤투리 페레르 1905-1906
건축가 페르 팔케시 우르피(1850-1916)
호텔 앞에서 택시를 기다렸다.
여기저기 시선을 빼앗는 곳이 많아 사진 찍기에 바빴다.
환상적인 광고
왠지 저곳의 밤은 그림만큼 매혹적일 것 같다.
풍성한 머릿결과 휘감긴 옷자락
그럼에도 여인의 표정 때문인지 천박하지 않았다.
택시가 왔다. 아랍지역 청년인 듯 작고 여위었으나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눈썹이 짙었다. 차가 막 출발하려는데 어떤 노인이 다가와 손을 모으고 말했다.
"당신의 하루가 무사하고 복되기를 기도합니다!"
청년이 활짝 웃으며 고맙다고 돈을 건넸다. 한 푼 보태주세요! 보다 종교적 접근 구걸 방법이 월등한 것 같다. 흔쾌히 적선하는 청년이 다시 보였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성당은 호텔에서 걸어도 될 만큼 가까워서 금방 도착했다.
딸 덕분에 가우디가 설계한 꿈에도 그리던 성당 앞에 서게 되었다.
더더구나 성당 앞이 공원이라 정면을 맘껏 볼 수 있어 이루 말할 수 없이 흐뭇했다.
초콜릿가게 진열품
초콜릿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만들었다. 정성이 갸륵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성당 측면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 안 정면에 있는 사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옆에서의 맛있는 아침
카페에서 나오자 아랍 택시기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지나치는 스페인 버스
자유분방하고 현란하면서도 역동적인 버스 외관 광고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이고 드넓은 벌판을 지나 몬세라트로 가고 있다.
멀리 보이는 앞도적인 바위산
산 중턱에서 본 풍경
어딘지 황량한 감이 스며있지만 스페인도 드넓어 부러웠다.
나는 또 골짜기 많은 우리나라의 작은 면적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으면 어때 다른 나라가 부러워할 만큼 잘 사는데!"
딸의 말이 백번 맞다.
열등감 투성이 나 자신을 나라 면적에 견주어 되풀이하는 것 같아 내심 부끄러웠다.
이름 모를 꽃과 나뭇가지와 허브로 뒤엉킨 차창밖
차가 산 중턱을 넘어서자 30분 넘게 거의 제자리였다. 차 한 대가 내려가야 겨우 차 한 대만큼 앞으로 움직였으니까.
아랍 청년 기사가 동료와 통화하고 나더니 시간 선택을 잘못해서 굉장히 미안하다고 했다.
"수없이 왔어도 이런 일은 처음이거든요!"
딸과 나는 어쩔 수 없잖냐며 괜찮다고 했다.
지구의 나이테를 엿본 것 같다. 지구와 별을 품고 억겁의 시간을 견딘 천체의 신비에 소름이 돋았다.
쿨한 척 괜찮다고 했지만 똑같은 풍경 옆에서 20분 넘게 있으니까 신기함이 지루함으로 둔갑했다. 도토리가 주렁주렁 달렸거나 노란 열매가 달려있는 숲 옆에서는 얼마든지 괜찮을 것 같았다. 거기서도 얼마 안 가 똑같겠지만
긴 기다림 끝에 우리가 탄 택시가 열린 차단기 안으로 들어왔다.
차밖으로 나와 그동안 짓 구겨져 있었던 것 같은 몸을 풀었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이 풍경 하나만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우리나라와 참 다르다.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한 마디로 딱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왠지 메말라 보여서 인정사정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스페인 카탈루냐 몬세라트 수도원 벽면
자리공도
수도원보다 바위산에 먼저 감탄했다.
자연만이 해 낼 수 있는 작품
이 위대한 예술품 앞에서는 저절로 신에 대한 경외감이 들었다.
꼭대기를 오가는 협궤 열차
협궤 열차에서 본 수도원 전경
딸이 절경을 보여 준다며 야생 로즈메리와 붉은 꽃이 핀 너덜길로 들어섰다.
거친 선인장이 스페인의 황량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풍경
협궤열차를 타고 내려가기 전에 화장실에 들렀다.
돈을 받지 않는 건 반가웠으나 화장실이 한 칸뿐이었다.
바르셀로나 공항도 화장실이 세 칸이라 아주 불편했다.
공항이나 공원, 휴게소 등 화장실은 우리나라가 최고다.
긴 줄 끝에서 기다리며 숲을 보았다. 개옻나무도 있고 자리공도 보였다.
꽃을 피운 로즈메리
여기는 대한민국이 아니고 스페인이야! 로즈메리가 알려주는 것 같다.
수도원 관람 시작
꽃의 정령이 돌그릇에 피어 있는 듯 예쁘다.
많은 이들의 기도가 다 이루어질 것이다.
외로운 수도사의 고뇌를 신심이 감싸고 있는 것 같은 석상
기독교와 천주교 교리와 역사에 무지하여 사진으로만 남기는 것이 무척 아쉽다.
영원의 깊이를 재게 해 준 몬세라트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