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곁길
나날이 뚜렷해지는 곁길
언젠가부터 철책으로 막힌 둔덕으로
사람들이 다니기 시작했다.
연습장에 오갈 때마다 마음이 갈팡질팡했다.
이성이 말렸다.
- 통행이 금지된 곳이야!
흑심이 유혹했다.
- 빨리 오갈 수 있는 지름길이잖아!
드디어 흑심이 이성을 이겼다.
지금부터 곁길로 다닐 것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축대
좁은 축대 위로 올라서려면 무언가를 잡아야 했는데
손잡이가 되어 줄 철책은 녹슬고 더럽고 빈약했다.
키가 크거나 운동신경이 발달했으면 식은 죽 먹기이겠지만 둔한 나한테는 무리였다.
공원 정문으로 되돌아가며 매번 갈등만 하다 속 시원하게 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어머니 당부가 떠올라 곁길을 탐냈던 흑심이 부끄러웠다.
외증조부는 어머니가 태어나자 세돌 만에 천자문을 떼게 했고 도령옷을 입혀 키웠다. 네댓 살 어머니는 천하를 호령하는 대장군이 되기 위해 누렁이를 타고 동네 조무래기들을 진두지휘하며 들판을 누볐다. 남다른 환경에서 자란 어머니는 자식 교육관도 유별나서 어린 우리 삼 남매한테 강조했다.
- 대인 대로행 소인 소로행이니 절대 좁은 길로 다니지 말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