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괜찮아 괜찮아
12월 31일 오전 8시 3분
허둥지둥 시작한 하루
멍한 채 몇 홀을 지났다.
하지만 괜찮았다.
하루만 지나면 대망의 내일이 오니까.
어제 저녁에도 유쾌한 파티를 열었다.
야시장 가는 날을 정할 때 박사장이 제안했다.
"여기서 콰이강의 다리가 가깝다고 하니까 들렀다 갑시다."
콰이강의 다리---!
중학교 2학년 때 불후의 명화 콰이강의 다리를 단체 관람하고 지금까지 휘파람 행진곡을 즐겨 듣고 있다. 그 역사적 현장을 가는 것이다.
좋아요를 거듭 외쳤다. 폭죽 천만 개가 터지고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는 것 같았다.
몽글한 몽글한 나무 꼭대기
이파리가 하늘을 그물처럼 품고 있는 몽환적 느낌을 사진에 담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화장실에 들러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 어떻게 이런 몰골로?
수수알처럼 커다란 눈곱이 붙어 있다.
눈곱 때문에 몸 둘 바 모르게 부끄러웠던 것도 잠시 모두 가족 같으니까 괜찮다고 마음을 다독였다.
더구나 내일은 가슴 두근거릴 일이 기다리고 있잖은가. 야시장 나들이는 한 번쯤 할 줄 알았지만 콰이강의 다리는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다. 발걸음이 다시 구름 위를 걷는 듯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꽃들의 축하
그저께 30일이었다. 그날은 아진 짱 부부와 윤정 짱의 동생 수정 씨와 한 팀이었다. 라운딩 시작 전에 아진 짱 부군이 내 캐디한테 잘 모셔달라고 부탁을 했다. 얼마나 고맙던지! 친동생 남편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홀은 파 파이브였다. 내가 친 드러이버가 형편없어 캐디한테 공을 주워오라고 했다. 수정 씨가 두 번째 샷을 시원하게 날렸다. 그때였다. 캐디가 수정 씨한테 황급히 카트를 몰라고 소리쳤다. 말이 안 통해서 까닭을 모른 채 달릴 수밖에 없었다.
한참 달린 카트는 먼저 팀인 미국인 뒤에 멈췄다. 캐디가 미국인에게 다가가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했다. 수정 씨 공이 그렇게 멀리 갈 줄 모르고 미국인이 그린을 떠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을 쳐도 좋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 홀에서 수정 씨는 이글을 했다.
점심 먹을 때 수정 씨가 이글 했다며 이글이 뭐냐고 버디랑 어떻게 다른가 물었다. 회장님과 두서넛이 여태까지 이글 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해 그렇다며 미안하다고 해서 한바탕 크게 웃었다.
하하하! 웃는 것 같은 하늘
오후의 분수
건조해서 잔디에 물을 주는 것뿐인데 볼 때마다 아름답다.
삼 일째 똑같은 풍경을 지나치는 데도 질리지 않고 볼 때마다 새롭다. 그게 대자연의 매력인가 보았다.
선물처럼 나타난 왕도마뱀
잠시 잊고 있었다.
여기가 열대 지방이라는 것을!
피곤해서 오후에는 9홀만 돌았다.
내일 이번 골프 투어의 정점을 멋지게 찍기 위해 저녁 파티도 불참하고 수면제 두 알을 먹고 일찌감치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