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나들이
2026년 1월 1일 7시 32분
전혀 새해 같지 않은 1월 1일 첫날을 태국에서 맞았다.
지난밤에는 6시간 푹 잤다. 날아갈 것 같은 기분에 눈부신 햇살이 더해졌다.
그저께 수현 짱이 소염제 있으신 분하고 땡그랑 태국 전지훈련 단톡 방에 올리자 있다는 즉답이 왔다. 화상이 금방 나을 것 같아 굉장히 반가웠다.
어쩌다 생각나면 좀 어떠냐고 물었다. 수현 짱은 물집이 꽤 커서 괜찮을 리 만무하건만 걱정할 까봐 다 나았다고 시원하게 대답했다. 짝꿍인 수현 짱뿐 아니라 땡그랑 회원들은 하나같이 마음씀이 이토록 깊고 넓다.
4시 40분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얼른 네이버 검색을 했다. 1월 1일은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장편소설 발표일이다.
1년 가까이 한 줄 한 줄 늘려가며 원고지 1000매를 채우고 나니까 반 자식이나 다름없이 사랑스럽고 귀했다. 남이 읽으면 개떡 같은 졸작이겠지만 대작인양 당선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최종심에도 못 올랐는지 심사평 그 어디에도 내 이름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쁜 꽃과 낭만적인 야자수에
낙선의 그늘이 금방 지워졌다.
오전 라운딩이 끝났다. 설레는 마음으로 맛있는 쌀국수를 먹고 나들이에 나섰다.
승합차가 한 시간 넘게 달리는 동안 상숙 짱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상숙 짱은 2004년 한남대학교 미용장 시험 대비 특강반에서 만났다. 어느새 20년이 훌쩍 넘은 것이다.
만났을 당시 어리다고밖에 볼 수밖에 없었는데도 베풀기를 좋아하고 뛰어나게 영특해서 나의 귀감이 되었다. 상숙 짱은 오랫동안 대덕구 지회장으로 활약 중이고 대전시 시의원까지 역임한 논산시 양촌이 낳은 큰 인물이다. 상숙 짱이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한 부군의 공로도 지대했고.
사탕수수와 바나나 밭이 끝없이 이어졌다. 드넓고 드넓어서 참 좋다. 산골짜기에서 자라 논산시 채운면 들판만 봐도 마냥 들뜨고 뿌듯했던 나였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360도 지평선만 보이는 들판이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벼 수확을 끝낸 논에서는 논두렁을 태우고 있었다. 어렸을 때 보았던 정겹고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저러다 불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자그마한 시골 장터에 승합차가 멈췄다.
사탕수수 줄기를 틀에 넣고 그 자리에서 짜서 파는 가게 앞에 섰다. 코코넛보다 단맛이 훨씬 강하리라 예상되었다. 한 컵을 여럿이 마셨다. 사탕수수즙은 밍밍하고 여린 쇠비린내가 풍겨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하지만 맛은 봤으니까 궁금증은 확실하게 풀었다. 윤정 짱이 구운 바나나를 건넸다. 그것도 맛이 없었다.
시장 끝자락 염소 우리
우리 앞 평상에는 잘게 자른 사탕수수를 바구니에 담아 20바트씩 받고 염소 먹이로 팔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굶주린 염소들이 한꺼번에 일어나 우르르 몰려들었다. 먹이 파는 주인은 부재중이었고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돌아서야 했다. 맛있는 먹이에 부풀어 있는 염소들을 실망시켜 몹시 미안했다.
이름 모를 사원
승합차는 일행 11명을 사원 앞에 데려다 놓았다.
태국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사찰과 부처
새해 1월 1일이라 사원 안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태국인들이 새해 첫날 사원을 찾는 이유는 단순한 종교 행위가 아니라 가정의 평안과 공동체의 결속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전통 행사라고 했다.
여기저기 놓여있는 크낙새 조각상
크낙새는 태국 불교에서 지혜, 자비, 지혜, 해탈, 윤희를 상징하여 사원 장식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경내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의 힘은 참으로 위대한 것 같다.
태국의 묘지
윤회와 업이 중심인 태국 사원에 들렀다 묘지 앞을 지나고 있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