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147. 정월 대보름

by 글마중 김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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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나물


언젠가부터 보름 전날이 되면 나물을 만든다. 올해는 고사리, 망초, 가지, 다래순, 아주까리, 뽕잎, 자리공이 상에 올랐다. 도라지는 사놓고 껍질 까기가 귀찮아서 빼놓았다.


65년 전 대전 근교 무수리의 정월 대보름.


보름이 다가오면 환상적인 쥐불놀이가 하고 싶어서 가슴이 사뭇 두근거렸다. 다친다고 할머니가 말려서 단 한 번도 못했지만.


보름 전날 저녁이면 집집마다 찹쌀, 팥, 찰수수, 콩, 조를 섞어 한솥 가득 찰밥을 짓고 여러 가지 나물을 삶아 반찬을 만들었다.


보름날 아침 일찍 할머니는 귀밝이 술과 부럼으로 밤과 호두를 건넸다. 귀와 이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찰밥은 식어도 맛있다. 대보름날 점심과 저녁식사 준비 시간을 줄인 외척 아주머니들은 마음껏 널을 뛰고 윷놀이를 했다. 아저씨들과 오빠들은 연을 날렸고.


날이 어두워지면 달집과 논두렁을 태웠다. 밤늦도록 불놀이를 한 아이들과 오빠들은 백집밥(삼성반: 三性飯)을 얻으러 다녔다. 보름날 세 군데의 집에서 밥을 얻어먹으면 액운을 막고 복을 받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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