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151. 회한

by 글마중 김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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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4일 오후 8시 5분 초승달


왼손 손바닥과 손목이 아파서 연습장을 갈 수 없다. 이럴 때 중앙시장을 가봐야겠다.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해도 되지만 과일을 사면 무거울 것 같아 차를 타고 갔다.


천변도로를 달리다 보니 수양버들 잎이 연둣빛 꿈결처럼 아련하게 피어있다.


휴가를 맞은 듯 여유롭게 시장 구경을 했다.


구제 옷 가게에서 예쁜 티셔츠 여섯 장을 육천 원에 샀다. 대박이다. 간밤 꿈에 커다란 다슬기를 두 마리나 잡아서 횡재한 모양이다.


공영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식당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문득 안영옥이 떠오르며 회한으로 가슴이 먹먹했다.


대학 1학년 때였다. 어머니가 중앙시장에서 장보고 난 뒤 외식을 하자고 했다.


외식! 나는 꿈에 부풀었다. 형편이 어려워 단 한 번도 외식한 적이 없어서 더 그랬을 것이다.


어머니는 청상에 홀로 되어 자식을 대학까지 보냈다는 자부심으로 외식을 결행했을 것이었다. 어머니는 당당하게 앞장서서 중앙시장 먹자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좋은 식당을 예상했던 나는 크게 실망해서 그런 데서는 안 먹겠다고 했다.


어머니가 말했다. 안영옥은 국밥이 맛있기로 유명하며 가까운 친척 언니가 딸과 하는 식당이라고.


고깃국 싫어하는 줄 뻔히 알면서 여길 왔느냐며 마구 신경질을 부리자 어머니도 버럭 화를 내며 혼자 식당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다. 하는 수 없이 따라갔다. 어머니는 친척 언니와 손을 잡고 팔짝팔짝 뛰며 반가워하고 있었다.


국밥 먹고 한 달가량 어머니와 나는 냉랭했다.


큰 맘먹고 딸과 외식하려던 어머니는 마음을 크게 다쳤던 것이었다. 그때는 그런 어머니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


여기쯤 아닌가? 대전을 떠난 적이 없으면서도 가물가물해서 한 집 한 집 간판을 살펴보았다.


어머니 친척 언니가 하던 식당이 그대로 있었다. 다만 안영옥이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안영집으로 바뀐 것이 좀 이상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며 밝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중년 여인이 커다란 솥에 고기를 삶고 있었다. 어머니 친척 언니 손녀인 모양이었다.


내 어머니의 친척을 만나디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먹고 갈 자리가 마땅치 않은 것 같아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국밥 포장도 되지요?"

여인이 친절하게 말했다.

"여기는 식당이 아니고 주방으로만 쓰고 있어요. 이 자리 식당 안 한지 아주 오래됐는데!"

"그렇군요. 안영옥 주인이 어머니 친척이거든요."


섭섭함에 사진이라도 남기고 싶어 간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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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년 전 어머니와 즐겁게 식사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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