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종부의 손
마당 가에는 된서리를 맞아 오소소 소름 돋은 붉은 맨드라미 꽃이 떨고 있었다.
어디선가 어린 고양이가 튀어나와 다리를 붙잡고 얼굴을 비비며 반가워했다.
이 정도면 고양이가 아니라 개냥이다.
귀엽고 예뻐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당근아!”
큰 대문까지 배웅 나왔던 종부가 고양이 목덜미를 덥석 잡더니 얼른 찍으라고 했다.
다. 다. 다. 다. 다. 다-!
수없이 찍었지만 끝내 얼굴은 정면으로 잡지 못했다.
종부의 열한 개 손 중 가장 부지런한 첫 손이 빗장처럼 가슴에 걸렸다.
베풂이 고마워 조금이라도 더 친한 척하려고 수줍게 고백했다.
“작년에 김장생 문학상 단편소설에 응모했다 떨어졌어요.”
이에 질세라 이샘도 나섰다.
“내 친구는 몇 년 전 시가 당선돼서 시상식에 참석했었어요.”
종부는 문학상 이야기 만큼은 정중한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나이 많은 김샘이 물었다.
“며느리가 약사라고 했는데 나중에 제사 못 지내면 어떡해요?”
“시대가 바뀌었잖아요. 나까지만 종부 노릇하고 다음 세대는 지들 인생 살아야지요.”
대물림을 고집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역시 남달리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