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하실까요?

10 석별

by 글마중 김범순

종부에게 종가는 일상적인 공간이겠지만

손님인 우리 셋한테는 비일상적인 특별한 경험이었다.

빈손으로 왔다가 바구니 가득 많은 것을 얻은 것처럼 뿌듯했다.

짧은 시간 함께했지만 오랜 지인 같은 종부와 석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헤어짐은 되돌아오기 위한 첫 발자국이 될 것이다.

대문 밖 커다란 논에 거뭇하게 마른 연잎과 줄기가 꺾이거나 누워있다.

여름이 되면 이 논 가득 연잎이 너울거리며 이슬로 구슬치기를 할 것이다.

아직 피지 않은 연잎과 연꽃은 허락도 받지 않고 ‘동행’ 방문 예약 완료 버튼을 눌러버렸다.

주차장 위쪽에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왕릉처럼 크고 잘 가꾸어진 산소가

석물들을 거느리고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조선 중기 정치가이며 예학 사상가로 불천위 제사의 주인공인 사계 김장생의 묘였다.

1631년 타계한 이래 390년 동안 매화 같은 추억이 깃든 종가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고요 속에 역동을 품은 이곳에 오면 누구나 감동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구인은 물론이고 드넓은 우주 어느 별에 사는 외계인일지라도.

백밀러로 논산시 연산면에 있는 사계 김장생 종가 ‘동행’ 찻집이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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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뫼가 되어가는 외할머니 산소가 뇌리를 스쳤다.

아리고 저리도록 부러웠다.

외할머니가 정성껏 제사를 모시던 종가는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가 나면서 흔적 없이 사라졌다.


“이렇게 좋은 곳에 데려 와 줘서 정말 고마워요.”


김 선생님과 이 선생님이 오늘의 동행을 거듭 칭찬했다.

일희일비!

변덕스러운 나는 금방 애잔한 외할머니를 잊고 두 선생님보다 더 기뻐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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