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정원 크로아티아

3 사랑의 도시 류블랴나

by 글마중 김범순

프레드야마 성을 떠나 사랑의 도시라고 불리는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에 도착했다.

류블랴나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문화가 살아있는 곳으로 인구는 삼십만 명이 안 되었다.

가이드는 일찍 일행을 깨워 여섯 시에 아침을 먹이고 서둘러 출발했다.

여행 일정표에 없는 류블랴나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유럽 여행의 고수인 줄도 모르고 독일 병사 어쩌고 하며 평가절하를 했던 것이다.

점심은 비빔밥이었다.

한국인 여주인이 밥을 못 지을 리 없는데 쌀 품종이 달라서 그런지 끈기가 없고 푸슬거려 반 이상 남겼다.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린 천장화가 아름다운 성 니콜라스 성당으로 갔다. 소석회와 모래 섞은 몰타르를 벽면에 바르고 수분이 있는 동안 채색하여 완성한 프레스코화는 입체적이면서도 독특하고 굉장히 화려했다.

성 니콜라스 성당 프레스코 천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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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류블랴나 성 니콜라스 성당 측면 출입문


신세경 김래원이 만나는 장면을 촬영했던 메사르스키 모스트 다리에 섰다.

바닥 일부는 투명한 유리였고 난간에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연인들의 자물쇠가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자연 미술관 포스토이나 석회 동굴을 찾았다.

기념품 가게에서 전부터 사고 싶던 수정석을 30유로(39000원)에 샀다.

보랏빛으로 반짝이는 수정석을 들고 좋아서 동생과 팔짝팔짝 뛰었다.

관람객이 많아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무료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중학교 1~2학년으로 보이는 남녀 학생 둘이 자전거를 세워 놓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여학생이 때리면 남학생이 때리고 여학생이 또 때리기를 반복했다. 저러다 진짜 싸우면 어쩌나 걱정되면서도 자그르르 숨넘어가는 웃음소리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학생들은 몇 번을 그러더니 서로 안고 가벼운 키스로 마무리한 뒤 자전거를 타고 멀어졌다.

어른들의 편견과 간섭 없는 청소년의 자유로운 사랑이 아름다웠다.


꼬마 기차를 타자 악마의 아가리 같은 동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머리가 부딪칠 만큼 아슬아슬하게 낮은 높이와 벽이 어깨를 스칠 듯 가까워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처음에는 기관차였는데 예민한 종유석과 석주들이 오염된 공기에 색이 변해 전기 기차로 대체했다며 절대 손으로 만지지 말라고 했다. 동굴 전체 길이는 27km인데 5.3KM만 개방하고 있었다. 피사의 사탑이 쓰러져 있는 것 같은 모양도 있고 아이스크림 모양도 있고 스파게티와 커튼 모양, 서리 모양 등 형용하기 어려운 형형색색의 종유석과 석주가 있었다. 거대한 대자연의 조화로움에 계속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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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이 끝나갈 무렵 동굴 안내원이 손을 흔들며 여러분 안녕하더니 탁! 조명을 껐다.

갑작스러운 어둠에 관람객들은 입을 딱 벌리고 말을 잊었다.

사위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만큼 적막했고 암흑세계에 갇혔다는 어마어마한 공포감에 압도당했다.

만약 이대로 동굴이 무너진다면?

아마도 입구를 찾지 못하고 똑같은 자리를 맴돌다 지쳐 죽을 것이다.

잠시 후 불이 켜졌다. 오만가지 근심이 날아가며 빛의 위대함을 절감했다.

동굴 안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 도롱뇽 '올름'이 살고 있었다.

햇빛을 보지 못해 백인 피부와 같은 살색이라 징그러워서 사진도 안 찍었다.

관람을 마치고 꼬마 기차에서 내리며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동굴 저 아래로 강물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강물은 다뉴브강과 합쳐져 흑해로 흘러 들어간다고 했다.


슬로베니아 서부 인구 약 만 삼천 명이 사는 도시 세자나에 있는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말이 호텔이지 모텔이나 다름없었고 드라이기가 없었다.

저녁을 먹고 아주 평범한 다세대주택들이 있는 도로를 따라 산책했다.

시청사 부근 주차장에 개암나무 군락이 있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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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암나무, 씀바귀, 라일락, 민들레 같은 식물들은 지구 곳곳에 분포하는 모양이다.

해양성 기후라 우리나라보다 온도가 약간 높아서 4월인데 등꽃과 아카시아꽃이 활짝 피어있다.

공원 위쪽에 학교가 있고 교정에는 남학생 여럿이 욕설을 내뱉으며 거칠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낯선 곳에서 봉변을 당할까 봐 얼른 돌아섰다.

호텔 옆에 있는 바에서는 빠른 조명으로 손님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었다.

방으로 돌아와 낮에 재래시장에서 샀던 살구와 비슷하게 생긴 과일을 먹었다.

강렬한 햇볕과 거친 해풍이 최강의 새콤함과 달콤함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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