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막이공사 '부랑자'와 '감독'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달라진다 그러나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것은

by 풍초김해수



고등학생 때, 비 오는 날 친구집에 놀러 간 적이 있다. 집대문 앞 개천에 빗물이 제법 찰랑거리며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아이 둘이서 물막이 공사(?)를 하고 있었다.


한 아이는 돌을 주워 나르고 다른 아이는 돌로 빗물을 막고 있었다.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장면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때 들었던 생각이 생생해서 일 거다.


그때 나는 개천밑에서 돌로 빗물을 막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저 아이들의 미래가 궁금해졌다. 저 아이들이 커서 '부랑자'가 되어 있으면 "저놈은 어릴 때부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맨날 개울가에서 물장난이나 치더니만 결국 저렀게 사네"라고 할 거고


그 아이가 커서 유명한 땜공사 '현장감독'이 되어 있으면 "쟤는 어릴 때부터 비만 오면 개천에 가서 물을 막고 놀더니만 결국, 큰 공사 감독이 되었네"라면서 "뭔가 처음부터 남달랐다"며 칭찬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광경을 보면서 《과정》과 《결과》라는 단어가 떠 올랐다. 과정은 똑같은데 결과가 달라지면 그 결과 값이 과정을 완전히 다르게 인식되게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우리가 살면서 이와 같은 경우는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정말 혼신의 힘으로 열심히 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아 무시당하거나 폄하당하기 일쑤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냥 대충 건성으로 하고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는 사람도 있다. 사회적으로 보면 빈부의 격차가 그런 현상을 많이 만든다.


직장이나 조직사회에서는 부지기수의 경우들이다.


세상에 요지경은 많다. 정답이 언제나 옳은 것도 아니다. 오답이 옳을 때도 있다. 무엇으로 사는 게 꼭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는 가도 중요하다.


행동심리학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은 생활습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개념이 '학습된 근면성'<Learned industriousness> 이론이다.


비록 실패했더라도 아름다운 과정은 누군가는 응원해 준다.


나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