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녀》라는 영화

한국 미스터리物 최초의 秀作이다

by 풍초김해수



《밀녀》는 일본의 타니자키 준이치로의 <열쇠>라는 소설을 1972년 이신명감독이 각색하여 영화로 만들어 발표한 미스터리 性멜로물이다


이 소설은 일본 이탈리아 한국 3국에서 영회로 만들었는데 이탈리아에서는 에로티시즘의 거장 틴토 브라스 감독이 만든 1983년, <열쇠>이다.


나는 이 영화를 우연히 보고 재미도 있었지만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아 다음 상영분까지 두 번을 봤다


20대 초반에 본 영화라 기억은 희미한데 대충 줄거리를 얘기하면 이렇다. 감독은 이신명이고 주연은 남궁원, 김지미, 전양자이다.


미국유학 때부터 남궁원은 김지미가 부잣집 딸이면서 石女(성불구)인 걸 알면서도 일부러 접근해서 유혹해 결혼을 한다


남궁원은 서울의 장인회사를 물려받아 다니면서 일요일 새벽에 비행기로 부산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월요일 새벽에 서울로 돌아온다. 문제는


남궁원은 매주 토요일마다 여자사냥을 나간다. 돈 많고 잘생긴 상류층 남자로서 한번 타겟팅하면 원나잇헌팅은 실패가 없다. 한번 잔 여자와는 두 번 만나지 않는다.


백화점이나 공원 같은 곳에서 여성을 유혹해 밤새 바람을 피우고 잠은 새벽 부산 가는 비행기에서 잔다.


하루는 김지미가 남편이 집에 오기 전날 토요일 오후에 차로 서울에 간다. 남편을 깜짝 방문하여 같이 내려오려고 회사로 찾아간다.


회사 앞에서 서프라이즈 하려고 기다리는데 퇴근 후 남편이 급하게 어디로 가는 걸 보고 따라간다. 근데 남편이 여자를 만나 호텔에 들어 기는 걸 보고는 충격을 받는다. 그래서 차를 달려 부산집에 먼저 도착하여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남궁원을 맞이한다.


남편에게 실망한 김지미는 남편의 열쇠를 몰래 복사해서 낮시간에 남궁원의 숙소를 방문한다. 숙소에서 <사냥수첩>이라는 일기장을 보게 된다. 거기에는 이제까지 토요일마다 바람을 피운 기록이 다 들어있다. 분노한 김지미는 표정관리를 하고


월요일 아침 남편이 서울로 돌아가면 바로 차를 몰고 서울로 가서 남편을 미행한다. 그런데 미행하다 보니 자기 말고 또 미행하는 여자를 발견한다. 전양자이다


전양자에게서 동생이 남궁원에게 사냥당한 후 버림받고 자살한 이유를 듣게 된다. 그래서 남궁원에게 복수하기 위해 기회를 보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 김지미는 자기는 남편을 사랑하여 차마 어찌할 수 없지만


내가 이 여자라면 멋있게 남궁원에게 완전범죄로 복수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전양자를 살해하고 자기가 전양자로 빙의되어 줄거리를 이어간다.

(물론 영화에서는 이 부분은 나중에 회상 장면에서 밝혀진다)


이후 전양자로 변신해서 토요일마다 남궁원이 외도하는 시간에 지난주에 사냥당한 여자를 살해한다. 연쇄살인 사건으로 사회가 시끄러운데 김지미가 전양자로 변장한 이유는


혐의는 전양자에게 미루고 남궁원에게는 자기와 잔 여자들을 살해함으로써 심리적 괴로움을 주기 위해 복수를 실행한다.


화면에서는 전양자가 1인 2역을 연기하면서 살인자로 나오는데 얼굴코에 검은 점이 있다.

김지미는 소시오패스적 심리상태가 되어 검은 점을 붙이고 전양자로 미쳐서 연기한다.

('아내의 유혹' 작가가 이 영화를 패러디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지미가 전양자의 모습으로 변신해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반전장면은 식스센스급으로 당시 관객들에게 엄청난 격과 놀라움을 주었다.


관객들은 모두 전양자가 살인자로 알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는다.


마지막 살인 후에 분장을 지우면서 전양자에 빙의돼 독백을 하는 장면이나 남궁원의 질린 표정은 오랫동안 잔상에 남았다.






워낙 당시 거물급 연기자를 캐스팅한 데다 각본도 계속 긴장감을 유도하고 한시도 눈을 떼게 만들 수 없는 미장센등 연출기법은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거기에다가 배우들의 열연은 극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당시로서는 미스터리물이 전무한 상태이고 유신정권의 엄격한 검열 속에서 파격적인 에로틱한 미스터리극이라는 한국영화의 새로운 장르를 선보인 수작이었다.


줄거리가 긴가민가해 재미나이의 도움을 기대했지만 너무 오래된 영화이고 자료가 없다 보니 줄거리를 창작해 거짓으로 답을 주는데 웃음이 났다. 그래도 내 기억을 되살리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그때는 기록의 중요성도 없었고 내가 본 영화 중에서 회상해 보면 좋은 작품이 많았는데 필름이 다 훼손되고 없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