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된 자본주의, 절충식 신사회주의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마르크스가 죽던 해에 태어난 요제프 슘페터(Joseph Alois Schumpeter)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대해 비판하며 말년에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책을 남겼다. 1950년에 사망했는데 지금의 사회현상과 너무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어본다.
마르크스와 슘페터는 자본주의가 망한다는 같은 결론을 주장했다. 다른 것은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제도 자체에 흠이 많고 그 흠은 한정된 자원과 생산 속에서 자본가가 다른 자본가와의 경쟁에서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프롤레타리아(無産者, 노동자)를 착취하게 되고 결국 피폐화된 노동자는 프롤레타리아혁명을 통해 자본주의를 뒤엎고 사회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이와 달리 슘페터는 결론은 같지만 과정이 다르다. 궁극적으로 자본주의는 망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흥하기 때문에 부패하여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나빠지는 부익부빈익빈의 빈부격차를 만들어, 시민들이 불공정에 분노하고 부르주아지(bourgeoisie)를 옹호하는 보수세력은 배척하고 진보세력을 투표하여 법률을 바꾸고 정책을 바꾸며 종국에는 헌법을 바꾸어 탈 자본주의 사회주의체제로 나아간다는 이론이다.
마르크스가 무력혁명으로 체제를 바꾼다면(이미 공산주의 국가는 다 해체되어 실패하였음. 그나마 자본주의제도를 융합한 나라만 살아남았음. 중국, 베트남등) 슘페터는 민주적인 선거로 헌법을 바꿔 사회주의체제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요즘 흘러가는 세태를 보면 진보가 득세하는 것은 어찌 보면 역사적 필연이란 생각이 든다.
케인즈 이후 자본주의의 융성과 발전으로 세계화 자유화를 모티브로 한 신자유주의이념이 등장하였고 신자유주의라는 시장경제이론을 도입하여 만들어진 1980년대의 우루과이라운드는 자유무역이라는 타이틀로 2008년 리먼사태가 나기 전까지 세계경제를 최고의 호황국면으로 이끌었으나 그 와중에 부작용도 크게 노출되어 무관세무역과 금융업의 호황으로 돈으로 돈을 버는 파생상품이 금융시장을 교란하고 국가와 국가, 개인과 개인 간에 격차를 더욱 벌려 불공정사회를 만들었다. 이는 세계경제위기를 불러왔고 사람들은 신자유주의의 효용성에 의문을 표시하였다.
그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시민들의 복지요구가 커지면서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자유가 들어가는 각국의 정당들은 위기를 맞고 있다. SNS등 정보화사회와 커뮤니티의 발달로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역시 이런 시대적 요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민주당에서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고 공화당출신의 트럼프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 트럼프는 자유무역과 이민으로 인한 일자리 부족과 이런저런 백인들의 불만을 건드려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트럼프는 지금 세계에서 경제나 군사력은 최고이지만, 중국이 많이 따라붙고 있고 그리고 동서냉전시대에 태동된 동맹이란 이름의 엄청난 비용이 지불되고 있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는 작업(군사중심에서 경제중심으로)에 착수했다.
자유무역을 보호무역기조로 바꾸고 기후협약에서 탈퇴하였고 불법이민을 봉쇄하고 국경에 담장을 세우고 우방들과 관세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북한과의 협상에서 미국을 향한 장거리미사일자체를 없애는 대신 한미훈련을 중지하여 북한의 요구에 답하고 또 훈련비를 절감하여 경제적 이익도 챙기는 철저한 실리주의 외교를 선택하고 있다. 좌충우돌하는 트럼프를 향해 경멸하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이 사람이 이런 시대조류를 모르고 한다면 우연이지만 알고 한다면 대단한 예지력을 가진 지도자라고 할 만하다.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이 사회주의로 가진 않겠지만 어느 정도는 사회정책이 가미된 자본주의로 갈 것 같다. 이런 것이 시대적 필연적 요구라고 본다. 결과적으로 마르크스는 틀렸고 슘페터는 맞는다. 자본주의는 수명이 다한 것이 아니라 수정된 자본주의, 절충식 신사회주의로 가고 있는 것이다.
민심은 경제다. 경제가 좋으면 민심도 좋고 경제가 나쁘면 민심도 나빠진다.
일반서민들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이런 체제면 어떻고 저런 체제면 어떠한가이다. 단지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땡큐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제 공평과 평등은 없다. 박물관에 유물로 남을 것이다. 정부의 입김이 강해지면 질수록 민주는 그만큼 양보해야 하고 간섭은 더 심해질 것이다. 훗날 역사가들은 20세기에 시작해서 21세기 초반까지 민주주의라는 제도도 있었었다고 회고할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시대적 조류가 사회주의나 보호무역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본다. 정부의 개입이 더 많아지고. 신자유주의를 깨는 주체는 민주주의인데 이 민주주의가 공평이라는 화두로 사회주의를 추구하게 되고 이 사회주의는 독재체제를 만들어 낸다.(그것이 1인독재든 1당 독재든 말이다)
정부의 규제가 심해지면 주체가 사람이던 정당이던 장기집권을 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 빼고 주변국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은 1당 독재(이제는 1인독재) 소련은 사실상 1인독재, 일본도 1당 독재(자민당) 북한도 1인독재이다 그런 국가의 지도자들은 일본만 빼고 모두 스트롱맨이다. 북한까지 이 틈바구니에 끼어 한국의 미래는 갑갑하다. 한국의 대통령과 일본의 수상만 순둥이다. 중국같이 내수로만 성장할 수도 없고 무역으로만 먹고사는 한국이 엄혹한 세계경제 질서 속에서 이제 우방도 없고 친구도 없다.
이제부터는 힘의 경제이고 군사력과 외교력이 받쳐주는 국가만이 번영을 누릴 수 있다. 미래세대가 걱정이다. 다만, 집단지성과 라이프니츠의 예정조화설만 의지할 뿐이다.
끝으로 내 의견을 말한다면 중국은 가까이해선 안 된다 중국을 가까이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풍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