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로봇탐구레이더
#AI #미술복원 #렘브란트 #야경
얼마 전 AI가 피카소의 그림을 복원했던 소식 기억하시나요? (혹시 기억이 안 나신다면 여기에서 읽어보세요!) 미술 복원계에서 AI의 활약이 날이 갈수록 뛰어나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오늘은 AI가 복원한 렘브란트의 작품 소식을 들려드릴게요.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Rijksmuseum, 이하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렘브란트의 <야경>(The Night Watch)을 복원했다고 합니다. <야경>은 1642년에 완성되었는데 1715년에 네 귀퉁이가 잘리면서 훼손되었습니다. 당시 암스테르담 시청에 작품을 걸면서 공간에 비해 작품이 너무 커서 잘라버렸다는 것. 지금은 상상도 어려운 일이지만, 당시에는 그런 이유로 작품을 절단했고 심지어 절단한 부분도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는데요. 미술관에서는 관람객들이 원작과 가까운 작품을 만나보고, 렘브란트의 의도를 상상할 수 있도록 돕고자 2019년부터 복원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복원 작업의 담당자는 AI라는 것!
AI라고 해서 단번에 복원해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스캔 작업을 시작으로 여러 과정을 거쳤는데요. 우선 총 3개월 간 500회가 넘는 특수 디지털 스캔 작업을 통해 디지털 이미지로 생성하고, AI 복원의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그 후에는 Gerrit Ludens(이하 루덴스)라는 17세기 화가의 모작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요. 루덴스는 원작이 잘려나가기 전, 비교적 원작에 충실하게 모작을 완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렘브란트의 작품과 루덴스의 모작 사이에 있는 1만 개 이상의 공통 정보를 발견할 수 있었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합성곱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 학습을 통해 그림을 재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렘브란트가 사용한 색, 붓 터치 등의 정보를 통해 보정 작업이 진행됐죠. 물론 단번에 복원이 완성된 것은 아니고, 이러한 작업이 수백만 번 거쳐 프린트되었습니다. 이렇게 프린트된 복원 부분은 원작의 잘려나간 부분에 붙여 마치 원작이 돌아온 것과 같은 느낌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합성곱 신경망 : 시각적 영상을 분석하는데 사용되는 다층의 인공신경망. 영상/동영상 인식, 추천 시스템, 의료 영상 분석, 자연어 처리 등에 주로 사용. (출처 : 위키백과)
기존에도 <야경> 복원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복원하려던 시도가 20번 넘게 있었지만 훼손되는 등 여러 사고가 있어 쉽지 않았죠. 하지만 AI를 활용하여 복원하면서, 잘려나간 부분에서 보지 못했던 그림 속 사람들과 전체적으로 달라진 구도를 통해 렘브란트의 의도 그리고 그림의 실제감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렘브란트가 17세기에 그렸던 것과 100%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 우리가 렘브란트의 의도를 상상해보고 더 잘 느끼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 일이겠죠.
AI 복원 기술은 이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미술품뿐만 아니라 영상, 오디오 등의 분야에서도 그 움직임이 보이고 있죠. 올해 1월 SBS에서는 김광석, 신해철 등 세상을 떠난 가수들의 목소리를 AI가 복원하여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화제를 모았었는데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이러한 AI 오디오 복원 기술 회사인 수퍼톤에 4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하며 앞으로의 IP 사업에서 AI 오디오 복원 기술을 활용하고, 디지털 컨텐츠 시장을 선점하겠다고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만큼 AI 오디오 복원 기술이 앞으로의 컨텐츠 시장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겠죠. 그런가 하면 음란물을 복원하는데에도 사용되고 있는데요. 100년 전 만들어진 고전(?) 성인 영상을 AI를 활용하여 4K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활용되든 중요한 점은 바로 한 가지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지나간, 보지 못한, 들어보지 못한, 그리운 것들을 지금 사는 세상에 복원해내고 싶어한다는 점. 그리고 AI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점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