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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영 Jul 17. 2024

오세요 스위스, 한인민박 스태프의 일기

장장 6개월 밀렸던 생각들

23년 9월 말부터 24년 3월까지 생각보다 스위스 생활이 길어졌다.


한인 민박의 스텝으로 일하면서 많은 즐거운 일들이 있었지.

많이 혼나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세상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세 문장으로 퉁쳐지기에는 남기고 싶은 말도 하고 싶은 말도 많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때의 그 감정을 그 당시에 글로 남겨둔 것이 많지 않다는 것.

잊어버린 감정과 생각이 많겠지?

시간적으로도 여유로웠는데, 좀 더 부지런하게 굴걸!


모든 기간을 스텝으로 일한 건 아니고 1월과 2월은 독일집과 왔다 갔다 하며 그저 놀았다.

손님들과 함께 일한 친구들과.


독일에서는 칼스루에에 집을 두었는데, 비자연장을 위해 방을 잡아두어야만 했다.

이 집에서 만난 중국인 친구들도 정말 좋았는데.


늘 배려하고 착하고 웃기는 포인트가 같아서 얘기하면 즐거웠다.


아무튼 물가 높은 스위스에서 사장님 덕분에 잘 먹고 잘 놀고 잘 살았다.

용돈 벌이는 덤으로


그나저나 스위스에 한인민박이 많지 않아 쉽게 특정되긴 할 것 같은데.

우연찮게라도 다들 방문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청소 열심히 했거든요.. 제가 되게 깔끔 떠는 편이라

그리고 게스트들이랑 나중에다 칭구칭긔했기 때문에 정말 내 친구들이 잔 다는 생각으로 했답니다

2030 또래들이 많이 왔는데, 사실 가족 모임, 신혼부부가 왔어도 맨날 그냥 다 같이 놀았음..

예뻐해 주셔서 감사해요




매번 푸짐한 음식과 여기 놀러 가자 저기 놀러 가자 관광객들은 가지 못한 곳들도 데려가주시고

웃긴 얘기, 숭한 얘기 이야기보따리도 한가득 가지고 계신 분이라 매일 깔깔 웃어대며,

손님들에게 어색하게 굴 때는 서비스 정신을 호되게 가르쳐주시기도 하셨던 분.

사실 살면서 처음 그렇게 혼나봤다..

그러고는 늘 단 둘이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며 몇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앞으로도 잊을 수 없는 기억들 중 하나이다.


덕분에 아직까지 그때의 게스트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소식을 전해 듣고

설령 연락은 안 할지언정 그때 나누었던 얘기들은 모두 좋은 추억이 되었다.


다 같이 별을 보고, 삼겹살 구워 먹고, 오래도록 산책하고, 함께 동네를 구경하고, 우르르 펍에 가서 맥주 마시고, 펍에 직원과도 친해지고.

아무도 가지 않은 산에서 눈썰매 타고, 호수를 빙 돌며 러닝 하고, 매일 강아지와 산책하며 동네 사람들과 인사하고, 설산 구경하면서 감자튀김 먹고, 덕분에 영어도 많이 늘었다.

어디 가서 이런 경험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지금 이 글을 쓰는 24년 7월의 시점에서 많이 미화된 기억도 있겠으나, 너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정말 안 가볼 곳 없이 돌아다녀서 더 이상 스위스는 갈 일이 없겠다 싶을 정도..

아, 온천 나중에 또 가고 싶다


베른, 슈피츠, 툰, 인터라켄, 제네바, 취리히, 루체른, 체르마트,, 작은 동네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네!


오세요 스위스

언제 와도 아름답고 볼 것 많은 곳




살면서 한 번쯤 해보고 싶던 버킷리스트였는데, 역시 하길 잘했다.


앞으로 저렇게 놀기만 할 수 있는 시간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고,

당분간은 내 전공 분야가 아닌 곳에서 저렇게 밀도 있게 일할 예정이 없기 때문이다.


아침에 조식준비하고, 게스트들이 모두 놀러 나가면 청소하고.

점심 먹고 산책하고 운동하거나 낮잠 자고


그밖에 홈페이지 문의를 응대하거나, 체크인이 오면 방안내 해주고,

저녁에 다시 게스트들이 들어오면 같이 여행사진 구경하면서 떠들고 가끔은 같이 저녁 먹고.


자잘히 할 일은 많지만 하나씩 하다 보면 정말 하루 가는 줄 모르는 일이다.

사실 늘 하던 집안일이라 좀 더 깔끔 떠는 것 말고는 어려울 일은 없었다.


다만 처음에,, 게스트한테 낯가려서 문제였음

서비스업이 다 그렇지만 낯선 집에, 낯선 나라에 와서 어색하지 않도록 분위기 풀어주는 역할이 중요한데,

몇 번 혼나고서야 제대로 고쳤지.


그 뒤로는 그냥 맨날 밤늦게까지 떠들고 놀고 그랬단 이야기.




연말과 연초를 스위스에서 보내는 것도 뜻깊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

겨울을 적적함 속에 유일한 행사이지 않나.


혼자 있을 뻔했던 그날들이 북적북적 불꽃놀이 보면서 같이 맞이할 수 있었지


다 같이 눈사람도 만들고, 선물도 나누고


나는 이렇게 좋은 기억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그들의 여행에 내가 도움이 되었을까, 스위스가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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