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이유, 이시영 '詩' 두 편, 나태주 '나의 시에게'
시인은 어떤 시를 쓰고 싶어 할까 아니 시인에게 시란 무엇일까? 시에 대한 시인의 마음을 읽다 보니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선명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시를 읽는다.
詩 / 이시영
밖은 영하 20도의 강추위
자고 일어나보니
유리창에 아기 다람쥐 한 놈이 바짝 붙어서서
맑은 눈길로 나를 빤히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아, 저 두 눈!
하늘 아래 가장 아름다웠던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감고 갔던 저 두 눈!
창을 열자 다람쥐란 놈은
쏜살같이 은빛 꼬리를 말아올리며
막 퍼지기 시작한 아침 햇살 속으로 유유히 사라져가는 것이었다.
* 시란 아름다운 두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것도 가장 아름다웠단 사람의 눈으로
아름다웠던 마지막 순간에 감고 갔던 저 두 눈
사람들이 마지막에는 어떤가
모든 것이 너그럽고 또한 모든 것을 다 마무리하고 가는 것이기에
그 눈에는 삶에 대한 무수한 것들을 담아내며 남겨진 이들에게 진정으로 전하고 싶은 말들이 담겨 있지 않을까?
우리에게 그런 마음으로 들려주는 것이 시라면
우리는 귀 기울여 보고 들을 수밖에 없는 것
시를 읽을 때 우리도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으리라.
詩 / 이시영
화살 하나가 공중을 가르고 과녁에 박혀
전신을 떨 듯이
나는 나의 언어가
바람 속을 뚫고 누군가의 가슴에 닿아
마구 떨리면서 깊어졌으면 좋겠다
불씨처럼
아니 온몸의 사랑의 첫 발성처럼
* 시란 누군가의 가슴에 과녁처럼 박혀 떨림이 있는 것
온 사랑을 밝히는 불씨이자 사랑의 첫 발성
이것이 시다.
그러기에 우리가 사를 읽을 때
떨림이 있는 것이고
불씨가 되어 세상을 향해 바라보고 살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시에게 / 나태주
한때 나를 살렸던
누군가의 시들처럼
나의 시여, 지금
다른 사람에게로 가서
그 사람도
살려주기를 바란다.
* 일상의 언어로 이렇게 쉽게 시를 쓸 수 있는지. 쉽다는 것이 값어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 누구라도 이해하기 쉽게 쓰면서도 우리의 마음을 파고드는 멋진 시를 쓴다는 것이다. 그런 시인이 쓴 시를 보면 시는 나를 살리는 것이고 누군가를 살리는 것이다,
시란 시를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마음을 따뜻하게 삶을 치유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러기에 시를 쓰는 것이고 시를 읽는 것이 아닐까? 사물에 대한 인간에 대한 따스한 사랑이 묻어나는 시들을 통해 우리는 치유를 경험하고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오늘도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닐까? 앞으로도 더 많은 시인들의 시를 읽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 타인을 바라보는 눈, 내면을 바라보는 눈을 넓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