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가족, 용서

영화 '디센던트' 이야기

by 김승희

하와이를 배경으로 하와이 노래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여기가 바로 ‘하와이야’라고 계속 각인시키는 영화. 하와이의 아름다운 풍경이 영화 속에 나오면 아름다운 땅을 관리하는 신탁자 맷킹(조지 클루니)이 땅을 매각하지 않고 이 땅을 계속 보존시키겠다고 선언한다. 이미 영화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보았을 때부터 조금은 예상한 부분들이 있었지만 예상과 달리 영화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마음에 새기는 잔잔함이 있다.

1. 내가 만약 맷 킹(조지 클루니)이었다면?

조지 클루니 영화를 본 적은 있지만 어떤 영화에 출연했는지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굉장히 잘 생겼지만 그렇게 각인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러그러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영화 속 조지 클루니는 시종일관 잘생긴 사람으로, 두 딸의 아버지로, 의식을 헤매는 아내의 남편으로, 친지들과 땅 매각을 두고 대화하는 사람으로, 아내의 외도를 뒤늦게 알고 질투하는 남편으로, 장인이 모진 소리에도 그냥 듣는 사위로, 영화의 중심에 서서 진정 아내를 용서하고 후손으로서 아름다운 땅 하와이를 지키는 존재로 영화의 기둥이 되고 있다.

만약에 내가 영화 속의 맷이라면 어떨까.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아 3일간 아니 몇 달간 소원한데, 거기다 아내가 모터보트를 타다가 사고가 나서 의식불명 상태, 그런데 그 아내가 다른 남자 그것도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니. 세상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나였다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버려두고 당장에라도 떠났을 것 같다. 아니 아내와 같은 딸을 둔 장인에게 악다구니를, 딸들에게도 어떤 얘기라도 할 수 있겠지만 맷은 자신을 돌아보며 결국 아내를 용서한다. 아내가 그런 상황이 되도록 만든 것도 어쩌면 자신일 수 있지 않을까? 마음에 들지 않는 거친 행동과 욕설을 하는 딸들도 어쩌면 그동안 신경 쓰지 못한 자신의 탓일 수 있지 않을까? 딸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잠잠히 얘기를 듣고 딸들과 함께 떠난 시간의 여행을 통해 결국 평온한 일상을 맞이하게 된다.


2. 가족, 용서, 치유

서로 소원함과 단절은 그 어떤 것도 회복될 수 없다. 물론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관계를 개선하는 데 있어서는 그래도 함께 대화를 나누고, 먹고, 함께 여행을 하는 이런 시간들이 필요하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그런 시간들을 함께 나누지 못해 일상에 바쁘다면 사실 그것은 가족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 어찌하든 함께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진실을 속속들이, 가장 바닥부터 보이는 것까지 함께 볼 수 있을 때. 결국 치유할 수 있는 것이다. 큰딸로부터 아내의 외도를 알고 분노하던 맷은 큰딸과 함께 아내가 사랑했던 남자를 찾게 되고, 아내가 사랑했던 남자 브라이언 스피어는 실은 가정이 있는 남자, 그것도 줄리라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는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남자를 만난 맷은 그래도 아내가 죽기 전에 병원에 오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브라이언 스피어는 맷의 아내를 사랑했다기보다는 단순한 섹스의 대상이었다고 말하며 자기의 아내에게 이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 약속을 지킨 맷. 병원으로 그 남자가 올 줄 알았는데 예상 밖에 그의 아내 줄리가 병원에 와서는 맷의 아내 앞에서 용서한다고 한다. 미워도 용서할 수밖에 없다며 죽음을 앞둔 그녀 앞에서 눈물 흘리며 용서한다고 말한다. 누군가 용서한다는 것은 어쩌면 용서하는 자신의 마음을 편케 하는 것이 아닐까. 떠나는 이를 용서하지 않는다면 남은 자는 더 아플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마지막 작별하기 전 인사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장면은 참 인상적이다. 특히 맷이 아내를 향해 “엘리자베스. 잘 가, 내 사랑. 내 친구, 내 고통, 내 기쁨”이라고 말하는 인사는 슬프면서도 가슴에 와닿는다. 용서하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하겠지. 분노하던 맷도 딸들과의 여행의 추억을 통해 딸들과 대화를 나누며, 아내를 사랑했던 순간들을 떠올렸을 것이고, 사랑에 갈구했던 아내를 생각하며 가슴이 아프지 않았을까. 자신이 제대로 해주지 못한 부분도 생각나면서 연민의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까? 어쩌면 그리기에 스피어를 만난 것도 그리 나쁜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 미움도 많았지만 아내에게 통 큰 마음을 쓰는 맷은 그러고 보니 대단한 것 같기도 하다. 딸도 마찬가지였겠지. 바람난 엄마를 목격한 첫째 딸은 엄마가 미웠고, 엄마를 힘들게 하려고 했지만 결국 엄마의 얼굴을 접하고 아빠와의 여행을 통해 미안함과 함께 엄마를 용서한다. 야영의 추억도 갖지 못하게 되는 막내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슬프지만 결국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떠나보게 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배려하고 용서하는 것, 용서를 통해 치유를 얻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3. 디센던트

제목으로 돌아가서 디센던트. 자손. 후손, 유산이라는 의미가 있다. 아름다운 하와이 땅 그 땅을 자손들은 어찌해야 하는가. 우리에게 물려준 놀라운 것들을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가? 때로는 그것이 돈이 아닌 것들이어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아름다운 하와이의 모습을 보여줄 때 이미 맷은 팔지 않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어쨌든 확신이 없었던 맷은 아내가 사랑했던 남자와의 얽힌 관계도 있었지만 결국 땅을 매각하지 않고 남기기로 한다. 고향에 대한 추억과 그 추억을 많은 이들에게 아름답게 남긴다. 조상들이 물려준 것에 대한 책임은 아름답게 가꾸는 것. 그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기억하는 것이다. 하와이를 단순한 관광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그 유산을 남기고 또한 소중하게 여기며 보존하는 것이 자손들의 몫이 아닐까.

한국 땅에서 살아가는 이 땅의 자손들은 과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우리의 것, 우리의 고향을 우리는 어떻게 지켜가고 있는가?

영화는 후손으로서 물려준 것을 가꾸기 위해서는 용서와 배려, 치유와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잔잔하지만 물결치듯 요동치는 마음의 울림이 있다. 비록 엄마는 떠났지만 한 이불을 덮고 텔레비전을 보며 음식을 나눠 먹는 두 딸과 아빠의 마지막 모습은 그러기에 더욱 여운이 남는다. 가족이 있다는 것.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이유이다.

작가의 이전글시를 읽는 기쁨(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