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기쁨(12)

안도현 '사랑한다는 것', '사랑'

by 김승희

사랑한다는 것 / 안도현


길가에 민들레 한 송이 피어나면

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듯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는 나의 세상을

나는 그대의 세상을

함께 짊어지고

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


사랑 - 안도현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무엇이라고 묻는다면 첫째도 사랑이요. 둘째도 사랑이요 셋째도 사랑이라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사랑이야말로 사람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힘이자, 괴로움이 무엇이고 슬픔이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랑이란 막연한 본능에서 오는 좋아함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생각을 거슬러서 의지적으로 참아내지 않는다면 결코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사랑이란 참아내고 참아내는 것, 온몸으로 참아내는 인내의 과정을 통해 비로소 그 사람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매미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내가 여기에 있음을 치열하게 알리는 것, 사랑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아갈 때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을 위한 그 열정이 또한 우리가 삶을 살아가게 하는 본바탕이 되는 것이다. 열정적인 사랑만큼 우리가 또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면 그 대상이 사람이듯, 내가 이루고자 하는 어떤 일이든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전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이고 그래서 그 사람이 가진 세상을 내가 가진 세상을 함께 나누며 함께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사랑이야말로 변함이 없는 것이고 그 사랑이야말로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책임감 있는 사랑, 함께 하는 사랑, 한 방향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힘이야말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아닐까 싶다.


어느 순간 주변을 돌아보니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며 용서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할퀴고 상처를 주며 용납하지 않는 모습들이 너무나 슬프고 가슴 아프게 여겨졌다. 사랑이 식어서 삭막해진 세상에 더욱 건조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마음까지 굳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사랑이 사라진 시대 속에 그래도 마지막까지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결국 사랑만이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변함없이 사랑하는 것, 한결같은 사랑, 세상이 변한다 해도 나 하나를 사랑해 줄 수 있는 그 한 사람. 모두가 나를 믿어주지 않을 때도 변함없는 사랑으로 기다려 주는 그 한 사람이 있다면 세상은 결코 어둠이 아니라 빛일 것이다. 그 사랑의 한 줄기 빛이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그 사랑으로 오늘 누군가를 사랑하며, 누군가의 힘이 되어 주기를 그래서 힘든 모든 순간을 이겨나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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