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말의 빛', 정진아 '참 힘센 말'
말의 빛 / 이해인
쓰면 쓸수록 정드는 오래된 말
닦을수록 빛을 내며 자라는
고운 우리 말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억지부리지 않아도
하늘에 절로 피는 노을 빛
나를 내어주려고
내가 타오르는 빛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언제나 부담없는
푸르른 소나무 빛
나를 키우려고
내가 싱그러워지는 빛
"용서하세요"라는 말은
부끄러워 스러지는
겸허한 반딧불 빛
나를 비우려고
내가 작아지는 빛
참 힘센 말 /정진아
말은
힘이 세지,
정말 힘이 세지
짐수레를 끌고
따각따각 달리는 말보다
말은
힘이 더 세지
'미안해' 한 마디면
서운했던 생각이 멀어지고
화난 마음 살살 녹지.
'잘 할 수 있어.' 한 마디에
가슴이 따뜻해지고
없던 힘도 불끈 솟지.
말은 이 세상을 환하게 하는 빛이고 말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힘을 지닌 존재이다. 말이야말로 그 사람의 인격을 보여주는 잣대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 말의 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말 같지 않은 말들을 쏟아 내며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빛이 아니라 어둠 속을 헤매게 만든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언제 들어도 사랑스러운 이 말들을 하지 못하고 온갖 욕설들로 세상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미안해’ 한 마디 하지 못하여 마음에 못을 박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할 수 있어’라는 한 마디를 하지 못해 낙심과 좌절하게 만드는 일어 얼마나 허다한지. 용서를 구하는 그 말이 차마 입 밖에 나오지 않아서 얼마나 작아지고 또 작아지는지. 살다 보면 말 한마디로 풀어낼 수 있는 일이 너무나도 많은데 이 아름다운 말들을 사용하지 않아서 아니 많이 들어보지 못해서 말들의 아름다움을 망각하는 것 같다.
세상에 수많은 문제들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인간관계일 텐데 인간관계의 문제는 풀리지 않은 언어들로 인한 오해와 편견 속에 있지 않을까 싶다.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준 많은 갈등들도 결국은 언어에 의해 파생된 문제가 아닐까. 언어를 통해 뼈마디에 새겨진 깊은 슬픔의 그림자가 결국 서로를 파괴하고 함께 하지 못하게 하는 장벽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살살 마음을 녹이고 서로에게 싱그러운 푸른빛이 될 수 있는데, 그 강력한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말은 강력한 힘이 있다. 나를 살리고 너를 살릴 수 있는 그 빛이 말에 담겨 있다.
혹시라도 인생의 풀리지 않는 고뇌에 잠겨 있다면 자신의 언어를 돌아보면 좋겠다. 내가 쓰는 언어에 어떤 것들이 나를 그렇게 옥죄고 있는지. 나는 얼마나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용서하세요’, ‘미안합니다’, ‘잘 할 수 있어’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는지. 수없이 뱉어버린 많은 쓸데없는 말들과 상처를 주는 말들을 이제는 주워 담고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 계속 말해 보자. 잘 할 수 있다는 말들로 격려하고 격려해 보자. 정말 용서를 구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진실한 마음을 담아 부끄럽지만 ‘용서하세요’라고 수줍게 고백해 보자. 우리 안에 막혔던 것들이 결국 언어를 통해서 풀리게 되리라 믿는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그래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잘하셨어요'라는 말이다. 사실 이런 말을 많이 하는지 몰랐는데, 가까운 이가 나에게 그렇다고 얘기해 주고 알았다. 일단 무엇인가 했을 때 왜 그랬니 보다는 잘했다. 괜찮다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이 그래도 나를 너를 위해서도 좋은 것 같다. 누군가 나에게도 그럴 수 있다. 괜찮다 그러면 그래도 마음에 조금은 부담감이 덜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각자마다 힘이 솟는 말, 듣고 싶은 말이 다를지라도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잘 할 수 있어라는 말은 다 듣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다. 그러기에 그 말들을 아끼지 않고 마음껏 마음껏 쏟아 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힘센 말 그 말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으로 세상이 환하게 빛이 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