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족의 탄생'
삶을 살아가면서 ‘나’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가 누구일까? ‘나’라는 존재의 탄생을 고려한다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나’를 이 땅에 태어나게 한 존재이지만, ‘나’를 이 땅에 있게 한 존재들이란 너무도 연약하고, 또한 이 땅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란 너무도 허망하게 흔들리고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러기에 가족이란 나에게 소중한 존재이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에게 가족이란 무엇일까? 진정한 가족이란 과연 누구일까? 가족의 탄생이란 영화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가족의 탄생이란 단순히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서 구성되는 혈연 공동체가 아니라 고통과 갈등 속에서도 함께 밥을 먹고 의지하는 존재들이 만들어가는 책임 공동체임을 보여준다.
시작과 함께 기차에서 처음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경석(봉태규)과 채현(정유미), 관광가이드를 하는 선경(공효진), 분식집을 하는 미라(문소리)의 모습이 빠르게 지나간다. 그리고 이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세 개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세 개의 이야기가 마지막에 연결되며 그야말로 가족이 탄생이 되는 참으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첫 번째 이야기는 미라와 남동생 형철의 이야기. 혼자 분식집을 하며 살아가는 미라에게 몇 년간 소식이 없던 남동생 형철(엄태웅)이 찾아온다. 미라는 동생이 온다는 말에 너무 기뻤지만 정작 동생은 자기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아내 무신(고두심)을 데리고 온다. 동생과 무신은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미라의 남자 친구 앞에서도 무례하게 말을 한다. 뿐만 아니라 무신의 전남편 딸인 채현이라는 애까지 찾아온다. 그런 상황에서도 동생은 미안해 하기는커녕 자기가 뭐라든지 하면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동생에게 “너 나에게 왜 이러니”라고 말하는 미라. 그런 미라와 무신을 두고 소주라도 마시겠다며 나간 형철. 그리고 형철이 나간 사이에 말없이 밥을 먹고 있는 무신과 미라, 그리고 마당을 뛰는 어린 채현의 모습을 보여준다.
두 번째 이야기는 엄마와의 애증의 관계를 보여주는 선경의 이야기. 관광가이드를 하며 자신의 일에 충실하고 밝게 웃지만 사실은 많이 힘들다. 엄마 매자가 유부남과의 사이에 경석이라는 남동생을 낳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엄마가 가방을 갖고 선경을 찾아온 날 선경은 매몰차게 엄마에게 나가라고 한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 듯 엄마가 있는 곳으로 갔더니 아저씨와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엄마에게 말은 까칠하게 하지만 엄마가 걱정이 되고 더군다나 아저씨로부터 엄마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는 더욱 신경이 쓰인다. 그런 엄마로부터 이부형제인 경석의 운동회 때 가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는 싫다고 하면서도 운동회에 가서 경석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 후 직장 때문에 멀리 집을 떠나야 하는 상황, 엄마와 밥을 먹으며 대화 도중 서로의 갈등이 생기고 엄마와 함께 나가자는 말을 뒤로 하고 매몰차게 엄마의 집을 나왔는데, 그 엄마가 허망하게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을 지키는 선경과 어린 경석의 쓸쓸함, 엄마가 자신의 집에 둔 가방 속에는 선경의 물건과 선경과 엄마와 찍은 사진, 선경을 위해 엄마가 뜨개질을 한 옷이 있다. 그 옷을 가슴에 품고 선경은 엉엉 통곡하며 운다.
세 번째 이야기는 채현과 경석의 이야기. 우연히 기차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 좋아하는 사이다. 채현은 경석에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많은 사랑을 준다. 하물며 경석의 누나와의 만남의 자리에서도 채현이 아는 선배의 아이가 없어져 그 아이를 찾느라 누나와의 약속도 지키지 못한다. 그런 채현에게 경석이는 너무 헤프다며 그만 만나자고 한다. 하지만 그녀를 잊을 수 없어 다시 그녀에게 다가오는 경석, 경석이 채현이 집 앞에서 문을 열고 그녀를 맞이하는 어머니가 있었는데 그 어머니가 바로 미자였다. 그리고 미자 뒤로 또 한 명의 어머니가 나오는데 바로 무신. 그러니 채현은 첫 번째 이야기에 나왔던 어린 소녀 채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경석이 누나는 바로 두 번째 이야기에 나온 선경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엄마와의 갈등을 겪으며 힘들게 지냈던 선경이 결국 그 어린 동생 경석이를 키웠던 것이고,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을 떠난 무신과 그 어린아이 채현이 미자와 한 가족을 이루며 살았던 것이다. 어린 경석과 어린 채현이 만나 또 하나의 가족을 이루는 모습이 참으로 놀라우면서도 대단한 가족의 탄생이 아닐 수 없다.
서로에게 너무나 힘들게 했던 존재들, 가장 큰 아픔을 주었던 존재들이 어떻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나의 생각을 뛰어넘는 예상치 못한 결말이 가슴 뭉클하면서도 큰 울림을 준다. 첫 번째 이야기 속의 미라와 두 번째 이야기 속의 선경은 참으로 가족 때문에 괴로움과 슬픔의 시간을 보내며 쓸쓸함과 헛헛함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들은 지금 그 아픔의 존재를 가슴으로 끌어안고 살아가며 함께 밥을 먹고 있고 서로 웃고 있다. 어쩌면 나를 힘들게 하고, 나를 슬프게 하고 나를 쓸쓸하게 만드는 것이 가족이지만, 가족이기에 남겨진 그 존재들을 끌어안는 것, 그리고 함께 밥을 먹는 진정한 식구가 되는 것, 부족하지만 서로 의지하는 존재들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족이 아닐까?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집을 떠났던 형철이 또 다른 여자를 데리고 집에 왔을 때 형철과 그 여자를 문밖으로 데리고 나간 후 문을 잠그는 미라의 모습을 보며 가족이란 혈연보다 중요한 책임을 지는 식구가 진정한 가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연약한 인간들이기에 가장 가까운 존재인 가족들에게조차 서로 힘이 되어 주지 못하고 아프게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런 연약한 인간들이 함께 밥을 먹고 서로를 의지하게 하는 깊은 울타리가 되어 준다. 분명한 것은 가족의 이름으로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갈등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그 힘든 시간을 함께 경험하며 진정으로 화해하고 의지할 때 이름뿐인 가족이 아니라 진정한 가족으로 새롭게 탄생되리라 생각한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고, 세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지는 구성도 재미있는 가족의 탄생 영화를 보면서 나의 가족에게 진정한 마음으로 나의 ‘손’을 내밀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