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플리’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말을 여기저기서 듣게 된다. 그만큼 거짓말을 일삼는 거짓된 세상에서 그렇게 믿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기게 참으로 걱정이 된다.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이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가상의 정신질환이다. 미국의 소설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지은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 1955)에서 따온 말로 '리플리병'이나 '리플리 효과'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실제로 의학계에서 병명으로 사용되는 말은 아니다(출처: 위키백과)라고 한다. 위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리플리’는 1999년 개봉한 앤서니 밍겔라 감독의 영화다. 맷 데이먼, 주드 로, 기네스 펠트로, 케이트 블란쳇 등 유명배우들의 연기로 마지막까지 긴장감 있게 보게 되는 영화다. 특히 리플리(맷 데이먼)를 통해 어떻게 리플리가 디키라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가며 그 인생을 살기 위해 살인까지 하고 그가 거짓말을 일삼게 되는지의 과정이 잘 그려져 있어서 과연 저 인생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왜 이런 삶을 살게 되는지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특히 리플리가 디키를 죽이고 일말의 반성도 없이 뻔뻔하게 디키처럼 살아가고, 특히 그의 친구 프레디가 찾아왔을 때 그조차 살인하고 더더욱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피터라는 사람까지 연쇄적으로 살인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거짓말로 시작된 인생을 감추기 위해 인간이 어떤 지경에 이르는지를 보게 되면서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그 시작은 무엇일까. 무엇이 그로 하여금 이런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의 리플리가 되게 했을까?
그렇다면 인간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짓말은 자신을 감추고 포장하는 헛된 망상이 그려내는 판타지와 같은 것,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아 그 거짓말의 수위가 높아짐과 동시에 멸망의 순간은 다가오지만 결코 놓기에는 어렵다. 그 달콤함과 그 명성에 취해 있는 지금 자신이 진짜의 모습으로 내려갔을 때의 밑바닥을 참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거짓말은 물론이거니와 누군가를 짓밟는 것은 일도 아니며 살인도 저지르게 된다. 거짓된 지금의 상황을 통해 현재 자신이 누리고 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거짓말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 결국은 자신을 감추고 포장하며 타인의 이익을 빼앗고자 하는 악한 욕심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거짓말이 무서운 것은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낳는 블랙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는 순간 어느 것이 거짓말인지 실제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순간 거짓말을 마치 진실처럼 여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가 살아가는 거짓의 세계를 진실처럼 여기며 허구적 실제 속에 살아가게 된다면 그 끝은 결코 예측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기에 무서운 것이다. 결국 거짓말의 끝은 멸망이오 자멸인 것이다.
열등감 속에 누군가 비교하고 실제의 현실로서는 타개할 수 없다고 판단할 때 결국 위장된 허위로 자신을 감추며 거짓된 삶을 살게 되는 것. 그러나 결국 거짓은 어느 순간 탄로가 나게 되어 있다. 순간의 상황을 모면할 수 있지만 모든 진실은 밝혀지리라 생각된다.
그러기에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것,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누군가와의 비교로 인한 열등감과 우월감은 인생을 불행하게 하는 가장 안 좋은 것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를 인정하고 지금의 상황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 그 안에서 내게 주어진 것들을 성실히 붙들고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하눌이 이세상을 내일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외로움과 슬픔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면서도 가난하고 외롭지만 그래도 정신적 고결함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란 위태롭고 험한 파도를 헤쳐가야만 하는 고행의 삶이자 거친 광야 같은 삶이다. 그러기에 때로는 진실이 아닌 거짓으로 그 상황을 헤쳐나가고 싶은 유혹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유혹이야말로 거친 인생을 더욱 거칠고 험난하게 만드는 가장 최악의 길이 아닐까? 다시 한번 가슴속으로 백석의 시 구절을 생각해 본다.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