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사과를 먹으며, 구상 ’한 알의 사과 속에는‘
아침에 사과를 먹으며 문득 사과와 관련된 시들이 있을까? 찾아보니 사과와 관련된 시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깨달음과 울림이 있었던 시를 소개하면 바로 함민복의 ‘사과를 먹으며’와 구상의 ‘한 알의 사과 속에는’이라는 시다.
사과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일부를 먹는다
사과꽃에 눈부시던 햇살을 먹는다
사과를 더 푸르게 하던 장마비를 먹는다
사과를 흔들던 소슬바람을 먹는다
사과나무를 감싸던 눈송이를 먹는다
사과 위를 지나던 벌레의 기억을 먹는다
사과나무 잎새를 먹는다
사과를 가꾼 사람의 땀방울을 먹는다
사과를 연구한 식물학자의 지식을 먹는다
사과나무 집 딸이 바라보던 하늘을 먹는다
사과에 수액을 공급하던 사과나무 가지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세월, 사과나무 나이테를 먹는다
사과의 씨앗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자양분 흙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흙을 붙잡고 있는 지구의 중력을 먹는다
사과나무가 존재할 수 있게 한 우주를 먹는다
흙으로 빚어진 사과를 먹는다
흙에서 멀리 도망쳐보려다
흙으로 돌아가고 마는
사과를 먹는다
사과가 나를 먹는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구름이 논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대지(大地)가 숨쉰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강이 흐른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태양이 불탄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달과 별이 속삭인다.
그리고 한 알의 사과 속에는
우리의 땀과 사랑이 영생한다.
사과를 먹는다는 것이 단순한 사과를 먹는 것이 아니라 사과를 키운 햇살, 장마비, 소슬바람처럼 자연을 먹는 것이고, 사과를 키우기 위한 사람들의 땀방울을 먹는 것이고, 사과에 담긴 가지와 나이테 씨앗을 먹는 것이고 무엇보다 사과나무를 존재하게 한 우주를 먹는다는 이 엄청난 시 앞에 참으로 시인의 상상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더군다나 사과를 먹던 내가 이제는 역으로 사과가 나를 먹는, 사과와 나가 동일시되는 마지막 부분에서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흙으로 빚어진 사과, 흙의 자양분을 먹은 사과를 내가 먹고, 사과를 먹은 내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갈 테니 흙으로 빚어진 사과란 결국 나를 먹고 자라는 것이기에 내가 사과를 먹는 것도 사과가 나를 먹는 것도 너무나 이해가 되는 멋진 구절이다. 모든 생명은 순환이 되고, 순환이 되는 과정 속에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사과를 먹는 것에 이렇게 멋진 의미를 담아내며 깨닫게 해 준 시인에게 감사하다. 무엇보다 시를 읽는 기쁨이란 일상의 삶 속에 담긴 무수한 행위들이 결코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 하나하나에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들에서 다양한 것들을 깨닫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더 깊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 깊은 의미를 생각할 때마다 한층 마음이 성장하고 마음이 넓어짐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시를 읽는 이유가 아닐까?
특히 ‘한 알의 사과 속에는’이라는 시를 읽으며 한 생명이 자라기 위해서는 ‘온 우주가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알의 사과 속에 담긴 구름, 대지, 강, 태양, 달과 별, 땀과 사랑에서 우리가 바라보는, 우리가 키우는 모든 존재에게도 이런 노력과 정성이 깃들여함을 새삼 느낀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누군가 온전히 자라기 위한 보살핌과 사랑은 비단 한 사람이 아닌 사회와 공동체 모두가 함께 애써야 한 아이가, 한 생명이 온전히 자랄 수 있는 것이다.
‘한 알의 사과 속에서’ 깊은 의미를 발견하고 생각하게 한 시인의 마음을 가슴에 새겨 본다. 무엇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고, 한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며, 땀과 사랑으로 정성을 기울이면서 살아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