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같은 영화

영화 '기적'

by 김승희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랐는데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 어쩌면 기적이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기적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한참을 기적이란 단어를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그랬다. 정말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랐던 나의 마음 탓이었는지 유독 기적이란 단어가 여기저기 눈에 들어오는데 기적이란 영화가 기적처럼 보였다. 박정민, 이성민 모두 연기를 정말 잘하는 배우들이라 괜찮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리 기대감이 크지는 않았다. 기대감이 낮았기 때문일까 영화 초반 그리 임팩트가 크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영화 속에 몰입이 되더니 중반 이후 드러난 반전 그리고 눈물이 가슴을 적셔오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적 같은 영화였다.


1980년대 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는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대통령에게 54번째 편지를 보내는 준경(박정민)이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준경이가 사는 마을은 버스가 다니는 길이 없어서 시내로 가려면 승부역으로 나와야 하는데 그 나오는 길이 기찻길이다 보니 그 기찻길에서 사람들이 많아 다치는 사고가 빈번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간이역이 생기기를 바라는데, 누구보다 간이역을 생기기를 바라는 준경이가 대통령께 간절히 요청하는 편지를 계속해서 쓰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준경이의 곁을 오로지 지키는 누나 보경(이수경)이 있었으니 준경이는 모든 것을 누나와 함께 한다. 밥도 같이 먹고 공부할 때도 누나가 옆에서 지켜보고 기찻길도 누나와 함께 걷는다. 반면 준경이 아버지(이성민)는 기관사로 일하지만 거의 준경이와 대화도 나누지 않는다. 그런 아버지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밥 먹을 때조차도 거의 대화가 없다.

학교에 가려면 두 시간 이상을 가야 하는 준경이는 하물며 고등학교 입학식에도 지각을 한다. 그런 준경이를 천재로 생각한 라희(윤아)가 준경이에게 관심을 보이더니 결국 준경이가 대통령에게 편지를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편지의 맞춤법을 가르쳐 준다는 이유로 맞춤법 공부를 함께 하면서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되고 조금씩 가까워지게 된다. 특히나 국회의원이었던 라희 아버지가 혹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있어 준경이도 조금 호감이 간다. 무엇보다 준경은 초등학교 4학년 때 경상남도 수학 경시대회 1등을 했던 수학 천재였고 우주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 준경을 눈여겨봤던 물리 선생님이 그에게 연구논문 등을 주며 이런저런 공부를 시킨다. 한편 더욱 가까워진 준경과 라희의 편지 보내기에 대한 답장은 오지 않아서 수학 경시대회를 나가서 1등을 하게 되면 대통령상을 받게 되어 대통령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1등을 해도 대통령을 만날 수는 없었다. 그런 와중에 준경은 마을 사람들을 위해 신호등을 만들어 기찻길을 건너기 전에 신호등을 통해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게 했지만 그것이 오작동을 했는지 결국 그날도 기찻길을 가다 큰 사고가 나게 되고 사고가 난 현장을 바라보던 그날의 기억이 떠올려지면서 반전이 일어난다. 초등학교 4학년 수학경시대회에서 큰 상을 받고 누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던 그날 하필 사람들이 기찻길을 걸어갈 때 기차가 지나가게 되어 사람들이 급히 기찻길 옆으로 피했지만 준경이의 트로피가 강 밑으로 떨어지게 되고 그것을 건지려다 보경이 결국 죽는 사고가 일어나게 된다. 지금까지 누나와 그렇게 다정하게 보냈던 준경이는 사실 죽은 누나와 함께 보내고 있는 것이고 죽은 누나의 곁을 지키며 큰 도시로 학교에 가기를 원하는 라희의 의견도 듣지 않았던 것이다. 누나의 죽음이라는 슬픔 속에 살아갔던 준경, 준경에게 물리 선생님이 전국의 수학, 물리 수재들이 꿈꾸는 시험이 있음을 소개하며 그 시험에 1등이 되면 유학도 가고 나사도 갈 수 있다고 하며 응시 원서를 건네준다. 그런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리려 하지만 바쁜 아버지에게 준경은 말을 못 한다, 그런 와중에 간이역을 지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얘기가 있었지만 간이역이 언제 지어질지는 모른다고 해서 준경이는 간이역을 직접 만들자는 의견을 낸다. 혼자 간이역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던 마을 사람들도 함께 동참하여 결국 간이역(양원역)을 만들지만 정작 기관사인 아버지는 규정에 따라야 한다며 간이역인 양원역에 세우지를 않는다. 희망이 사라진 준경이의 애틋한 소식을 듣게 된 잡지자 기자가 준경이를 설득해 준경이의 얘기가 철도 잡지에 실리게 되고 철도 잡지에 실린 준경이 얘기를 아버지가 보고 그것을 쓴 기자와 통화를 하던 중에 준경이가 왜 그렇게 간이역을 짓고 싶어 하는지 진정한 마음을 알게 된다. 준경은 자신을 한 번도 바라봐주지 않는 아버지가 간이역을 짓게 되면 자기를 인정해 주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다. 특히나 자신을 낳다가 돌아가신 어머니. 자신의 트로피 때문에 죽은 누나가 모두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을 지니고 살았던 것이다. 그런 준경이의 마음을 알게 된 아버지가 아들이 중요한 시험을 보러 가야 하는데 아직 오지 않았다는 물리 선생님의 말을 듣고 규정을 어기고 간이역인 양원역에 세우고 준경이를 태워 시험 보는 장소까지 가게 된다. 그리고 준경은 시험에 합격하게 되어 유학을 가게 되고 유학을 가기 전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를 통해 아버지의 진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가 평생에 후회했던 두 가지 중 하나는 아내가 준경이를 낳을 때 진통이 시작되어 바로 집으로 왔으면 괜찮았는데 일을 하다가 제때 가지 못했던 일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 수학경시대회 1등 상을 받으러 갈 때 자신이 가지 않고 보경이를 보냈던 일이라 말하면서 그때 기차를 운전했던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는 고백을 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자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다 보니 준경이 또한 그렇게 될까 봐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미안하다고 고백하는 아버지는 너 때문에 엄마와 누나가 그렇게 됐다는 죄책감을 가지지 말라고 한다. 결국 서로 미안하다는 고백과 함께 아버지와 아들은 화해하게 되고 준경은 유학을 가게 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무엇보다 반전이었던 누나의 존재, 영화 초반에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기에 누나의 환영과 살고 있었는지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중반 이후에 기찻길 사고가 겹치면서 누나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집을 떠나려고 했던 아버지를 만류하며 누나의 환영과 준경은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귀여운 귀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정했던 누나와 준경이의 모습이 얼마나 애틋한지. 얼마나 마음이 아팠으면 누나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누나 또한 준경을 떠나지 못했을까. 그 가슴속에 남은 아픔이 밀려오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이 애처롭게 밀려왔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 또한 아들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감춘 채 눈도 바라보지 못하는 아픈 마음은 또한 어떤지. 가족이란 무엇인가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야 하는데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오히려 피했던 순간들이 안타깝게 느껴질 따름이다. 그러기에 가족이란 슬픔도 기쁨도 함께 나누는 것이다. 때로는 죄책감이 드는 미안한 순간까지도 함께 나눌 수 있을 때 그런 마음까지 다 내려놓고 서로의 눈을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가족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린 준경이게 삶이란 가혹했고 더더군다나 사랑하는 어머니와 누나를 떠난 보낸 그 마음이라면 준경에게 있어 산다는 것이 기적일 것이다. 그런 준경이에게 누나의 존재는 살아 있음의 문제가 아니라 누나의 환영과 함께 했던 모든 순간이 결국 기적인 것이다. 마치 금오신화의 『이생규장전』처럼 사랑하지만 죽임을 당한 여인이 환생하여 돌아왔을 때 그녀와 함께 살았던 이생처럼 준경이도 아마 그러지 않았을까? 그러기에 이 작품의 기적은 준경 누나와 함께 살아왔던 모든 순간이 기적이고, 준경이의 누나의 마음이 아빠에게 전해져 아빠와의 화해를 이룬 것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를 꿈꾸던 준경이에게 물리 선생님을 만나 유학의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도, 라희를 통해 살아가는 기쁨을 느꼈던 모든 순간도 기적이 아닐까? 최초의 민간역인 양원역이 보이는 기적이라면 준경이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기적이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어쩌면 나에게 기적을 주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잔잔하지만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를 통해 웃음도 울음도 주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이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해 영화 ‘기적’을 꼭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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