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 '말의 힘'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보자.
파랗다. 하얗다. 깨끗하다. 싱그럽다.
신선하다. 짜릿하다. 후련하다.
기분 좋은 말을 소리내보자.
시원하다. 달콤하다. 아늑하다. 아이스크림.
얼음. 바람. 아아아. 사랑하는. 소중한. 달린다.
비!
머릿속에 가득 기분좋은
느낌표를 밟아보자.
느낌표들을 밟아보자. 만져보자. 핥아보자.
깨물어보자, 맞아보자, 터뜨려보자!
며칠 전 유튜브에서 본 ‘말의 힘’ 관련 영상이 생각난다. 갓 지은 쌀밥을 똑같은 통에 담고 한 통에는 고맙습니다와 같은 좋은 말을 하게 하고, 또 한 통에는 짜증 나처럼 부정적인 말을 하게 하는 실험 영상이다. 한 달 동안 다섯 명에게 같은 실험을 하게 했는데, 한 달 후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두 병 모두 곰팡이가 생기기는 했지만 고맙습니와 같은 좋은 말을 한 병에는 하얗고 예쁘게 곰팡이가 생겼는데, 부정적인 말을 한 그 병에는 한눈에 봐도 썩은 곰팡이의 모습을 보여줬다. 분명한 것은 단지 좋은 말을 하고, 부정적인 말을 했을 뿐인데 그 결과는 너무 달랐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험의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의 힘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말이야 말로, 그 사람을, 인품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아닐까? 한마디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처럼, 한마디 말이 주는 영향력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하고 우리 인생을 이끌어가는 가장 힘이 센 에너지가 아닐까?
강력한 말의 힘을 보여주는 시가 있다. 제목도 말의 힘인 황인숙 시인의 '말의 힘'이다.
무엇보다 위 시는 낭송할 때 그 의미가 더욱 생생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먼저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 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시어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그런 기분 좋은 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좋다. 이번에는 그 말을 소리 내 보는 것은 어떤가? 특히 바람, 아아아, 소리를 낼 때 느껴지는 기분 좋은 바람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달리는 것처럼 흐뭇해 온다. 이제 기분 좋은 말을 소리 내는 것만이 아니라 밟아보고, 만져보고, 핥아보고, 깨물어보고, 맞아보고, 터뜨려보면서 그 말을 온몸으로 느껴보는 것이다. 실제로 언어가 내 몸 안에서 살아서 움직이면서 나에게 충만한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언어를 생각하고, 소리 내보고 사랑한다고 느끼는 것, 사랑의 언어의 강력한 그 힘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말은 그 어떤 것보다 힘이 있고, 그 말이야말로 인생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열쇠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는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상대방을 살리는 말, 위로하는 말, 격려하는 말, 배려하는 말, 아니면 혹시 저주하는 말,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말, 불평하는 말, 원망하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분명한 것은 누군가를 위한 부정적인 말은 그 부정적인 말을 하는 자신도 그 말을 듣고 있는 것이기에 그 말은 결국 자신을 썩게 하는 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너무나 분명하다. 기분 좋은 말, 긍정적인 말, 위로와 사랑의 말, 격려의 말은 타인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도 가장 최고의 말이다.
2026년 벌써 한 달이 지나고 있다. 남은 11달을 힘차게 살기 위해, 품위 있게 살기 위해 가장 먼저 나의 말을 바꾸는 것은 어떨까? 가족에게, 친구에게,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로 2026년을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