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민(愛民)의 마음으로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

by 김승희

세종과 장영실의 이야기

신분을 초월하여 능력으로 사람을 세우는 세종과 탁월한 능력으로 관노에서 관직에 오르는 장영실 두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이 가득한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이다.


첫 장면에서 조선의 임금은 들으라, 조선은 근자에 대명령을 폐하고 스스로 만든 불손한 기기들로 독자의 시간을 만들었다. 대국의 천명을 가벼이 여기고 반역을 꾀하는 것이냐. 살기를 원한다면 즉시 천문 연구를 중단하고 기기들을 폐하여 제후국의 도리를 다하라는 황제의 칙서를 읽어가는 장면에서 참으로 힘이 약한 나라의 설움이 느껴지며 가혹하고 잔인한 시대를 거스르며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연구하고 문자를 만들고자 했던 그 일이 얼마나 위대하며 거룩한 일인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당시 명나라와 조선은 사대관계였고, 천문을 다루는 분야는 오직 명나라 황제만이 다룰 수 있는 것이었기에 사대부들 역시 강력하게 천문 연구를 반대하지만 백성들의 불편함이 너무 커서 농사를 짓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았던 세종은 우리 땅에 맡는 우리의 절기를 측정하기 위해 장영실을 통해 간의를 만들게 하고 조선이 중국 남경(당시 명의 수도)보다 시차가 반 시진(1시간) 빠르다는 것을 알아내게 된다. 결국 이제야 우리도 우리 땅에 맞는 조선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고 기뻐한다. 이 모든 것이 백성들을 향한 세종의 애민의 마음이었다. 세종의 마음을 이해하여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독자적인 천문기기를 장영실은 만들었던 것이다.

또한 세종은 '이도, 영실'이라고 글자를 영실에게 써 주며 누구나 쓰고 읽고 배울 수 있는 공평한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냐고 말한다. 특히 원이든 명이든 빼앗을 수 없는 영원한 것 글자를 만들고 싶은 세종의 마음을 드러낸다. 장영실은 이것 또한 위험한 일이 아니냐며 세종을 걱정한다. 그 후 글자를 만들고 싶은 세종의 마음- 누구나 읽고 배울 수 있는 공평한 세상을 꿈꾸던 세종의 꿈을 알았던 영실은 결국 자신을 희생하며 세종이 글자를 만드는 일을 포기하지 않도록 자신이 임금을 죽이기로 역모를 꾸몄다고 하며 형벌을 받게 된다.


전체적인 영화는 세종이 신병을 치료하기 위해 안여를 타고 온천으로 가던 중이었고 신하들은 안여를 따라가는 행렬을 이루었는데 결국 안여가 부서지는 엄청난 사고가 발생했고, 그런 사고가 왜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밝혀가는 과정이 가장 큰 사건이다. 특히 그 안여를 만들었던 사람이 장영실이었기에 당연히 장영실이 안여 사고를 일으킨 자라 볼 수 있지만 사실 이 일은 세종이 일부러 안여 사고를 일으키게 만들어 명나라와 내통한 무리들에 의한 역모임을 밝히고 천문기기를 만들어 명나라로 압송당하게 된 장영실을 구하고자 했던 세종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세종이 글자를 만드는 것을 눈치챈 영의정이 글자 만드는 일을 그만두면 장영실의 사면을 동의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게 되고, 결국 영의정의 말을 들으며 장영실을 구하고자 했지만 장영실이 세종의 꿈을 알고는 ‘자신이 희생할 테니 한글을 창제하라는 마음을 전하며’ 자신이 역모를 꾸몄다고 임금과 대신들 앞에 얘기한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세종, 분명히 안여 사건을 자기가 꾸몄다고 영실에게 얘기했는데도 불구하고 영실은 임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이 모든 일을 꾸몄다고 얘기한다. 그 진실한 마음과 표정을 안 세종은 영실을 보고 슬픔의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장영실은 장형 80도를 맞은 후 기록이 전혀 없으며, 그 2년 후 조선의 역법서인 칠정산이 반포되었고, 그 2년 후에는 훈민정음이 반포되었다는 자막으로 영화는 끝난다.


말 없는 표정을 통해 오고 간 장영실과 세종의 마지막 모습은 마음 깊이 새겨지는 장면이다. 왕과 신하의 교감, 살리고 싶지만 왕의 뜻을 아는 신하의 충성심, 희생심 그 모든 것들이 담겨 있어 더욱 애틋하다. 사람의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하는데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그 모든 것이 단순히 사사로운 이익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었다는 것. 백성을 향한 애민의 마음, 공평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던 그 마음이 너무나 멋지고 아름답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서 그 위태로웠던 세상을 그래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특히 사람의 성품을 바꿀 수 없다는 관료들의 말에 정치를 왜 하는 것인지를 물어보는 세종의 날카로운 질문은 여전히 이 시대에도 유효한 질문이 아닐까. 권력을 탐하는 자 백성 위에 군림하는 사대부들의 오만함은 결국 나라를 휘청거리게 할 뿐이다. 명을 따르지 않고 우리의 것을 만들면 된다는 장영실의 말, 백성을 향한 애민의 마음, 누구나 쓰고 읽고 배울 수 있는 공평한 세상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깊이 새기고 간직해야 할 말이다. 결국 세종의 마음은 현실이 되고 우리가 한글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감사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두 배우의 연기가 참 돋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종과 장영실의 대화, 표정, 꿈을 향한 두 사람의 우정과 교감, 희생, 충성심 그야말로 아름다운 만남을 너무나 잘 표현해 준 멋진 영화가 아닐까? 사극이지만 두 사람이 하늘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 왕의 침소에서 별을 볼 수 있도록 만든 장면은 아름답고도 감동적이기에 꼭 보기를 추천한다. 세종과 장영실과 같은 아름다운 만남이 세상 곳곳에서 이루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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