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새로운 길', 이준관 '구부러진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가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 내일도 ······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을 한 마디로 표현할 때 가장 적절한 단어가 있다면 아마 ‘길’이 아닐까? 우리가 걸어가는 그 길은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과 너무나 닮아서 그 어떤 것보다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라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린다. 특히 인생이라는 길 위에 펼쳐진 우리의 삶의 모습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라 ‘길’이라는 시어는 우리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드러내기에도 너무나 자연스럽고, 우리가 살아갈 다양한 인생의 길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표현하기에도 참으로 선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윤동주의 ‘새로운 길’이라는 시와 이준관의 ‘구부러진 길’이라는 시는 두고두고 내 인생에서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를 잘 보여주는 시이자 나의 마음을 잘 드러내는 가슴에 와닿는 시이다.
새로운 해가 바뀌며 무엇보다 가장 먼저 애송하는 시가 윤동주의 ‘새로운 길’이다. 늘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고, 늘 똑같은 일의 반복처럼 느껴질 때마다 새로운 길을 외운다.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마음속으로 외우다 보면 ‘아 그렇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걸어가는 이 길을 꾸준히 걸어갈 것이고 그때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걸어야지’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내를 건너고, 고개를 넘는 시련이 있지만 내가 가야 할 아름다운 마을과 숲을 생각하며 항상 힘차게 걷게 된다.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이 아가씨며 민들레며 바람이구나 생각한다. 그러기에 다양한 존재들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하루를 맞이하게 된다. 똑같은 일상이지만 똑같은 하루이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걷는 이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새롭게 보이고 하는 일도 새로워진다.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모여 큰 하루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윤동주의 새로운 길처럼 또한 마음속에 간직하며 외우는 시가 이준관의 ‘구부러진 길’이다. 새롭게 걷는 길이지만 길을 걸을 때마다 부딪히는 순간순간 왜 내 삶은 이렇게 구부러져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단 한 번도 쉽게 길을 간 적이 없는 것 같다. 해마다 접하는 많은 사람들과 많은 일들은 많이도 구부러져 있어서 구부러진 길 위에서 나는 더 구부러져 살게 된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이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가듯이 곧게 걸어가는 길보다 구부러져 있어 더 많은 것을 품을 수 있다는 말처럼, 구부러져 있을 때 더 많은 것을 품을 수 있는 것 같다. 쉽게 걸어온 사람보다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 구불구불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처럼 우리 인생의 쉬운 길이 없기에 그런 구불구불한 삶을 거쳐오면서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살아가게 된다. 내가 지금껏 살아온 삶의 길을 펼쳐놓는다면 얼마나 구부러져 있을지 그 구부러진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얼마가 감사하고 감사한지, 그분들이 있어서 내 인생의 길 위에서 외롭지 않고 길 위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것 같다. 그 길 위에 만난 수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며 비록 인생의 길이 구부러져 있지만 구부러진 길을 또한 사랑하며 감사하고 싶다.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우리는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어느 누구도 그 인생길이 쉽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쉬운 인생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남모르는 눈물을 흘리며 구부러진 길을 걸어왔을 수 있다.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의 무게가 다르기에 함부로 판단할 수 없고, 각자 느끼는 인생의 무게 역시 다르기에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갈 뿐이다. 분명한 것은 그 어떤 길이든 내를 건너는, 고개를 넘는, 구부러진 길이기에 정말 필요한 것은 서로가 격려하고 위로하는 응원이지 않을까? 인생의 길을 걷는 모두에게 부디 힘내라고 마음으로 외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