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파도는 아무 문제가 없다 (법상 스님)
겨울에는 그나마 따뜻한 부산도 지금은 영하 6도이다.
하늘은 시리게 파래서 참 맑은데
강추위가 매섭다
직장을 다닐 땐 겨울에 추워야 제맛이지 하며
눈을 맞으며 출퇴근도 했는데,
‘쉬었음’ 중년 인구 중 한 명인 지금은
그냥 밖의 온도를 보고 외출 결심을 한다.
이렇게 추운 날은 무조건 집이다.
따끈한 방바닥에 앉아서
아직 개지 않은 이불을 무릎까지 덮고 책을 읽으며
커피나 귤을 먹는 게 세상 행복하다.
나는 지난 20년 간 타지에서 직장 생활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친정에 자주 오진 못했다.
경기도에서 자가용으로 부산에 오려면 4시간 넘게
걸리니 하루 이틀 지내기 위해 먼 길을 오는 게
쉽지 않았다.
특히 설이나 추석 때는 근무가 종종 있기도 했고,
도로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힘들어
친정에 왔던 날을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랬던 생활을 뒤로하고 퇴사 후
창원으로 이사 와서 부산을 왔다 갔다 하며
마음 편하게 지내다 간다.
며칠까지 출근해야 하는 압박이 없으니 온전히 쉰다.
빽빽했던 다이어리 일정이
텅 비어있는 걸 보니
헛헛한 웃음이 났다.
손바닥 뒤집듯 이런 거였어?
일을 할 땐 이렇게 평화로운 날이 올까.
상상이 되지 않았다.
당장의 현실이 팍팍해서, 하루를 미션 치르듯
쳐내기에 급급했다.
투 두 리스트(To Do List)는 왜 그리 또 많았던가.
잘 살아가고 있고, 남들도 힘들지만 견뎌내고 있을 거라도 생각했다.
아무리 월급이 오르고 대우가 좋아진다고 해도
내 마음속의 폭탄은 째깍째깍 흘러가고 있었나 보다.
놔 버렸다고 하면 무책임하게 들리니
마무리를 했다고 치자.
누군가는 도망친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만두겠다고 결심하니 남의 생각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평온해졌다.
파도가 일렁이며 흙탕물이 첨벙거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파도도 잔잔해지고 부유물들도 다시 가라앉으니
전체가 보인다.
본바탕은 잔잔한 물결 아래의 바다였다.
법상 스님 법문대로 내가 바다라 생각하면
시시각각 모양을 바꾸는 파도는 아무 문제가 없다.
아직 겪어야 할 날들이 무수히 많지만
이젠 내가 어디를 보고 가야 할지 명확해졌다.
내 마음의 평온함.
어차피 부서지는
파도의 모양에 얽매이지 말고 수면 아래의
고요한 바다에 집중하자.
나의 우주는
내가 잘되는 방향으로 나를 늘 도와준다.
삶을 믿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