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입니다만 행복하기로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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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들을 갖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적게 가지는 것에 만족하고, 그 안에서 행복하려고 했습니다. 많이 가지는 것보다, 내가 가진 것에서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는 태도를 지니는 것이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믿으며 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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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는 기고당이라는 이름의 찻집이 있습니다. 이곳은 찻잎을 1그램만 사용하여 차를 우린다고 하여 유명해진 곳입니다. 보통 차를 우릴 때 사용하는 찻잎의 양은 5그램 정도입니다. 1그램은 차를 우리기에 적은 양인 것처럼 보입니다. 심지어 이곳에서는 때때로 1그램보다 더 적은 양의 찻잎으로 차를 우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찻잎의 사용을 극단적으로 줄인 곳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1그램 혹은 그것보다 더 적은 양으로도 차가 충분히 우러날까요? 기고당의 이야기를 듣고 궁금해서 1그램만으로 차를 우려 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충분히 차가 우러나왔습니다. 물론, 차가 진하게 우러나오진 않았습니다. 조금은 심심한 맛으로 우려졌습니다. 그렇지만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만한 맛이었습니다.
찻잎을 많이 쓴다고 차의 맛이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차의 맛을 좋게 하는 데 있어서 오히려 중요한 것은 차의 맛을 온전히 느끼려고 하는 마음입니다. 내 앞에 놓인 차 한 잔을 맛있게 마시려고 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내 앞에 놓인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그것에 만족하는 마음. 그 마음은 지금 내게 주어진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차를 마시다보면, 점점 더 진하게 차를 마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더 많은 양의 찻잎을 사용하게 됩니다. 점점 더 강하고 분명한 맛의 차를 원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찻잎의 소비가 빨라집니다. 그리고 더 많은 찻잎을 사고 싶다는 욕망이 마음 안에서 일어납니다. 그런 식으로 차를 마시는 행위가 특정한 물질에 대한 욕망을 일으키는 일로 변질 됩니다.
몇 년 전에 우연히 노차老茶를 마실 기회가 있었습니다. 노차란, 수십 년 이상 오래 된 차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시간이 오래된 만큼 희소하고, 가격이 비쌉니다. 당시에 제가 마셨던 차는 한 편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보이차의 한 편은 357그램을 말합니다)에 2억원이라고 했습니다. 그것이 정말로 2억원인지 제가 정확하게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예 없는 말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차를 우려 주신 분은 2억원 짜리 차를 호에 가득 넣었습니다. 대략 20그램 정도는 될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그것을 5-6회 정도만 우려 마시고 말았습니다. 차마다 다르지만, 보통 10회 정도 차를 우립니다. 5-6회 정도면, 조금 우린 편에 속합니다.
그때 저는 찻잎이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에 정말로 그 보이차가 한 편에 2억원 짜리 차가 맞다면, 1그램에 대략 56만원입니다. 20그램이라면, 천 만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에게 있어서 그 차는 그 정도의 만족감을 주지 못했습니다. 좋은 경험을 했구나, 정도의 의미였습니다. 아주 비싼 차를 마셨지만, 차가 주는 만족감은 별로 크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비싼 차를 많이 사용한다고 차가 주는 만족감이 커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에 내가 어떻게 차를 느끼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차의 맛이 어떻게 나오느냐보다, 차를 마시는 시간을 어떻게 느끼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지요. 차를 마시는 시간의 편안함이 나에게 행복으로서 다가올 때, 비로소 차를 마시는 일이 나에게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그러니 비싼 차를 마시는 것이나, 차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내가 가진 찻잎을 잘 활용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만족할 수 있는지가 저에게는 더 중요합니다.
물론, 이는 단순히 차에 대한 이야기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살아가다보면, 수많은 물건들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많은 물건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모든 물건들이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은 아니지요. 중요한 것은 내가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그것에서 나의 삶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일이 아닐까요? 많은 것들을 가지려고만 애쓰는 삶 안에서 진정한 행복이 있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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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은 제 삶에 있어서 가장 많은 돈을 벌었던 시기입니다. 매달 다소 간의 변동이 있었지만, 가장 돈을 많이 벌었던 때는 한 달에 400 만원 정도였습니다. 제게 있어서는 상당히 큰돈이었습니다. 돈은 많이 벌었지만, 별로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돈을 버는 일 자체가 힘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아무리 통장에 찍힌 액수가 크더라도, 만족이 되지 않았습니다. 한 달에 400만원 이라면, 분명히 적은 돈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제 자신도 이해하지 못할 일이었지만, 오히려 한 달에 채 백 만원도 벌지 못했을 때보다도 더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었을까요?
당시에 저는 돈을 많이 버는 만큼 돈을 많이 썼습니다. 짧은 거리에도 쉽게 택시를 탔고, 주위 사람들에게 밥을 사주거나, 작은 선물들을 자주 했습니다. 제가 필요하거나 갖고 싶은 물건들은 크게 고민하지 않고 샀습니다. 그런 식으로 더 많은 것들을 가지게 되었지만,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마음이 만족하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갖고 싶었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습니다. 그런 갈망이 저를 행복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제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많이 가지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많이 가져도 마음 안에 불만족만이 가득할 수도 있고, 적게 가져도 마음 안에 만족이 가득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것을 가지고 있는지 보다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기보다. 내가 가진 것들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태도를 가져야 하겠지요. 적게 가진 것에 만족하고 그 안에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도 그것대로의 의미가 있으니까요. 그런 식으로 내가 가진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결국에는 저 자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끔 하더군요. 그리고 그것은 저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무엇을 가지고 있나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시고 계시나요?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욕심내는 것보다 지금 내 손 안에 있는 것들을 감사하는 태도로서 삶을 사는 것이 훨씬 더 지혜롭고 행복한 삶은 아닐까요.
아무쪼록 자신에게 주어진 삶 안에서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