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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by 한현수

당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건 당신의 부드러운 등뼈처럼

시곗줄이 잇대어 있고 오랫동안 함께 해줄 시계


당신 태어난 날은 제비꽃이

피기 시작할 때입니다, 수난절 지날 즈음

어둠의 휘장을 찢어내고 올라온

보랏빛 묻어있는 제비꽃, 그 첫 표정을

손목에 채워주고 싶었습니다


보랏빛 사이로 시간을 읽어내는 날


내 안에 당신이 축적해 놓은 시간이

너무 많아


거듭 축하한다는 말 대신

아직 많은 생일이 남아있다고

여기까지 잘 와주었다고

귀띔해주고 싶어서


오늘은 제비꽃이 계속 찾아올 거라는 약속

당신에게 안겨주고 싶은 날이기에


당신의 맥박이 있는 곳에 뿌리를 내리는

제비꽃 닮은 시계였으면 좋겠습니다


시곗줄을 통과한 당신의 손은

어디에 가 있을까요


새들이 다녀가며 깊어지는 하늘

아래에서

끝과 시작의 반복

쉼 없이 함께 하라는 것입니다


부드럽고 단단하게

손목을 잡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손이 놓여있는 것처럼



시집 <눈물만큼의 이름>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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