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봄꽃처럼
일상이란 새벽배송처럼 배달되는 하루다. 각각의 싱싱한 야채와 곡식이 문 앞에 배달되는 것처럼 일상이 찾아온다. 요리사는 그 재료를 가지고 요리만 하면 된다. 어떤 요리가 나올지는 요리사에 달렸다. 만일 요리를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다면 야채와 곡식은 싱싱함을 잃게 되고 결국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이다.
일상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그러나 일상의 결과는 너무 다르다.
칼 라너는 그의 책 <일상>에서 일상의 중요한 항목 7개를 제시했다.
- 일하는 것, 걷는 것, 앉는 것, 보는 것, 웃는 것, 먹는 것, 자는 것.
신부였던 칼 라너의 일상은 그가 일상의 기도를 위해 쓴 신학단상이며 오랜 묵상의 결실이다. 일상의 연구가 빈약한 현실에서 그의 결과물은 단비와 같다. 기독교적으로 일상은 "너 있는 곳 "이며 "신이 보내사 가장 귀한 곳"이지만 "가장 무너지기 쉬운 곳"이기도 하다. 일상은 사소한 곳이고 비밀스러운 곳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숨은 깊이를 드러내는 곳"이기도 하다.
일상은 독립적이면서 동시 다발적이기도 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일상의 것들은 우리를 초라하게도 할 수 있고 풍요하게도 할 수 있다. 일상의 깊이를 열고 못 여는 것은 자신에게 달렸다.
동네 담벼락으로 봄꽃 나들이를 갔다. 으레 담벼락 밑은 봄소식이 가장 빠르다. 빛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수 백송이의 봄꽃들을 보았다. 봄꽃들의 표정은 하나 같았다. 하나의 합창처럼 꽃피었다. 중요한 것은 봄꽃의 방향이 한 방향이었다. 햇빛을 바라보고 핀 것이다.
일상 7개의 항목은 7개의 봄꽃과 같다. 일상의 방향은 봄꽃처럼 한 방향이어야 한다. 행복이란 관점 그리고 즐거움이란 관점에 맞추어 어느 것도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
빛을 향한 일상, 꽃 피우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꽃이 이쁘게 피는 건
꽃대의 몸부림 때문이지
난 너를 꿈꾸는 꽃대
넌 꽃으로 피어라
이쁘게 피어라
피어라,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