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익어야 한다
사람들이 묻는다. 술과 담배도 안 먹고 골프도 안 하고 놀음도 안 하고 무슨 재미로 사냐고. 글 쓰는 재미는 있냐고.
하하, 글 쓰는 재미라. 장담하건대 그건 그렇다. 그래서 글 쓰는 일이 자주 있으면 좋겠다. 나의 글쓰기는 주로 시를 짓는 일이지만 시상은 자주 떠오르는 일이 아니어서 시를 기다리는 일도 심심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독서의 재미는? 그건 어느 정도다. 한때 바쁜 와중에도 매주 두세 권을 위해 도서관을 들락거렸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많은 독서량도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시간이 많이 든다. 그리고 눈이 아프다. 노화되어가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과일처럼 잘 익어가는 것도 중요했다.
꽃은 저물었으니 여물어야지
모양은 그게 그거, 다들 비슷해진다
함께 늙어갈 여유가 넉넉해지면 좋겠다
잘 익어야 한다
- 졸시, 청둥호박
이건 분명하다. 많은 독서량이 뇌건강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시인이라고 해서 많은 독서량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일용할 양식 같은 좋은 독서가 필요했다. 좋은 독서를 꾸준히 할 수 있다면 다른 도파민 자극원을 찾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잘 익어가려면 햇빛 같은 독서는 필요하다.
일상은 조화와 균형이 중요했다. 일상의 치우침은 다른 부분의 갈증을 일으키고 일탈을 추구한다.
일과 수면, 우선 이 두 가지가 견고해야 한다. 일과 수면이 일상의 중심을 잡아줄 때 그는 건강하다. 일에서 얻는 즐거움과 좋은 수면으로 인한 회복과 충전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어도 지루하지 않고 새롭게 맞이하는 하루, 그게 있다면 그의 뇌는 건강하다. 그가 준비되어 있다면 그의 뇌는 창의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일하는 즐거움이 있다면 그는 그의 뇌를 전부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상을 벗어나 외부 자극에 의해 쾌락을 찾고 있다면 그의 뇌는 부분만 사용하는 갇힌 뇌가 된다.
일상은 꾸밀 필요가 없다. 원래 일상의 힘이란 있는 그대로다. 일상은 인위적인 꽃으로 장식하는 게 아니라 봄날 꽃샘추위를 비집고 나오는 싹들의 향연 그 자체이다.
중독된 뇌를 가지고 있는가?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보자. 일상이 힘들다면 그래서 자꾸만 내가 원하지 않는 엉뚱한 데로 일탈하고 있다면 생각해 보자. 나의 뇌를 생각해 보자.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어디에서 흥미를 잃고 있는지. 과연 나의 뇌에도 봄은 올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