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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놀먹10

가까운 길과 먼 길

by 한현수

잘 놀고 있는가? 잘 놀고 있다면 뇌는 안전한가?


뇌는 쉽게 중독될 수 있다. 뇌는 노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즉, 뇌는 중독을 일으키는 도파민 자극원에 지배당하기 쉬운 구조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파민이 삶을 발전시키기 위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쾌락을 느끼도록 뇌를 자극하는 마력을 가진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의 기능은 같은 장소에서 일어난다.


도파민 경로.png


도파민이 지나가는 곳을 도파민의 길(회로)이라고 하는데 뇌는 네 가지의 길이 있다. 그중에 중독과 관련 있는 것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앞서 도파민 박스라고 소개한 가까운 길(붉은 원이 있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대뇌로 가는 가장 먼 길(녹색 별이 있는 곳)이다.


인류의 희로애락이 도파민의 길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저 길에서 모든 성취가 이뤄지지만 같은 길에서 실패와 고통을 당하는 일, 이는 모두 뇌를 가진 자 사용하는 자의 몫이다.


가까운 길은 가장 짧은 길로 본래 행복을 얻는 길이며 쾌락을 얻기 위한 길이기도 하고, 먼 길은 이를 조절하고 생각하고 인내하면서 즐거움을 얻는 길이다. 가까운 길은 쾌락만을 추구하다가 고통의 길(박스)로 변하지만, 먼 길은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영역에 있어 그런 일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도파민 박스.png

그러나 짧은 길이 중독으로 과열되면 불타는 박스가 된다. 소방수 역할을 하는 대뇌가 출동하여도 어찌할 수 없게 된다. 총독의 원인이 술이든 마약이든 게임이든 도박이든 저 박스의 이동 방식은 동일하다.


갈급 또 갈급... 그리고 찾아오는 고통.


그만큼 짧은 길은 강력하다. 과량의 도파민 분비와 함께 쾌락을 얻으려는 짧은 길은 과열이 되고 뇌의 다른 기능은 마비된다. 사용하지 않는 뇌는 위축이 된다. 신경학자들은 쾌락중심의 뇌가 쪼그라든다고 말한다. 디지털 중독 또한 만만치 않다.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의 자극적인 짧은 영상은 강력한 도파민 자극원이다.


뇌의 대부분(90%)은 5세 이전에 발달이 완성된다. 그러나 나머지 10%(전전두부)는 20대까지 발달하여 완성된다. 성인의 시기부터 뇌는 매년 0.2%씩 자연 감소한다. 뇌의 자연감소율은 평생 뇌를 정상적으로 사용하기에 문제 있는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뇌가 도파민 과잉에 노출된다면 어찌 될까. 뇌의 발달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뇌의 위축이 심해진다. 치매 같은 현상이 조기에 올 수 있는 것이다.


행복을 줬던 도파민박스가 고통의 박스가 되는 것을 살펴보았다. 잘못된 선택에 의해 5cm 박스에 갇히게 되면 그건 지옥과도 같은 것이다. 단테가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지옥세계로 들어설 때 지옥문에 이런 문구가 있다고 한다.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이 문을 통해 영원한 탄식으로 들어간다고...(신곡 제3곡).


중독은 뇌를 지옥으로 만든다.


정말, 잘 놀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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