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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놀먹3

음식을 대하는 방식

by 한현수

일명 '먹방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먹방은 맛이란 관점을 흥미롭게 만들어 놓은 것들이다. 출연자들이 뱉어내는 맛의 표현들이 놀라울 정도다.


맛집기행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는 도파민이 몸을 지배하고 있는 사회, 도파민 회로를 자극하는 자본이 중심인 사회라는 증거다.


사실 먹는 것만큼 신비로운 일은 없다. 죽은 것이 산 것으로 들어가서 화학적이고 생리적인 반응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다른 생명을 먹는다

사망한 양배추를 곁들인 돼지고기 사체

모든 메뉴는 일종의 부고訃告


쉼보르스카의 시「강요」첫 부분에 나오는 내용이다. 배고픔을 향해 모든 감각이 달려드는 현장, 그 식사의 자리에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스님들이 식사 전에 읽는 기도문 「오관게」가 있다. 간단하게 이런 내용이다.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구나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는다


내용인즉 음식을 먹는 것은 도를 얻기 위한 것이고 도를 얻을 정도만 먹겠다는 것이고 먹기 위해 먹지는 않겠다는 기도이다.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리하여 마늘과 파와 젓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몸을 자극하여 수행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을 대하는 방식은 뇌의 도파민 회로를 초월하는 일이다. 쾌락을 주는 도파민을 포기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문장 "이 음식은 어디에서 왔는가"를 잠시 생각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다음은 수경스님의 공양송 일부다.


이 밥은

숨 쉬는 대지와 강물의 핏줄

태양의 자비와 바람의 손길로 빚은

모든 생명의 선물입니다

이 밥으로

땅과 물이 나의 옛 몸이요

불과 바람이 내 본체임을 알겠습니다


겸허한 문장이다. 내 앞에 주어진 음식이 식탁에 오기까지 모든 수고에 감사하는 노래다. 단순히 돈으로 거래하는 차원을 넘어 어울림과 관계를 생각하는 것이다. "일용할 양식에 대해 감사하는 일"은 얼마나 소중한가. 음식을 대할 때 맛 중심에서 관계 중심으로 가져가는 일이다.


명저<일상의 기도>를 남긴 칼 라너는 식사는 일치의 행위라고 말한다. 먹는 이들 상호 간에 사랑과 신뢰로 이루어지는 일치의 행위이기에 함께 식사하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이유든 가족이 각각 흩어졌다는 것은 식사 즉 일치의 기회를 놓친다는 말이다. 함께 식사하지 않는 것은 공동체의 기본을 잃는 것이다. 가족이든 어떤 공동체든 함께 식사로 일치를 이루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단순히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 이상으로 수고에서 수고로 이어져 만들어진 케미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누는 식사가 필요하다.


음식을 대하는 방식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일상의 행복이 찾아 올 수 있다. 사물을 대하는 시선이 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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