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cm 박스, 올무
우리가 5cm박스에 갇혀있다고 생각해 보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뇌 과학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그런 일은 흔하다. 특히 우리 뇌에서는 가능한 일인데 어떻게 일어나는지 살펴보자.
박스 탈출의 대가인 달시오크의 매직을 보고 있으면 정말 놀라울 정도이다.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 수조 박스에 들어가 일정한 시간 안에 탈출을 시도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긴장하게 한다. 만일 그가 수갑을 풀지 못하고 박스를 나오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도파민 중독이란 그렇다. 탈출하기 힘든 박스 같은 것.
삶에서 도파민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쾌락을 얻고 쾌락을 다시 얻기 위해 더 강한 자극을 원하고 쾌락에 만족하지 못해 고통과 허무가 따라오는 삶의 배경에는 도파민이 있다. 도파민의 자극원이 먹는 것이든 약물이든 놀음이든 뇌의 도파민 회로를 자극하여 쾌락을 얻는 방식과 결과는 같다.
인류는 뇌의 새로운 자극원으로 스마트폰을 택했다. 스마트폰을 놓으면 불안해하고 갈급하고 경배하듯 스마트폰을 스크롤하며 잠을 밀어낸다. 제1뇌(자기 뇌)가 제2뇌(스마트폰)에게 지배 당하고 있다.
쾌락을 얻는 도파민 회로는 뇌의 중뇌에서 변연계까지 5cm도 안 되는 짧은 거리다. 인류는 짧은 도파민 회로를 보상으로 삼아 문명을 발전시켜 왔고 방황했다. 여전히 지금도 저 짧은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고 쾌락을 얻으려는 자극은 강력해지고 있다. 쾌락은 왜 방황으로 이어질까. 짧은 거리의 도파민 회로에서 얻어지는 쾌락은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도파민이 사라지고 나면 뇌는 강력한 도파민 자극원을 찾아 갈급해한다. 푸른 잎들이 사라지고 난 삭막한 겨울의 풍광이 찾아오는 것이다. 5cm 박스에 갇히는 현상이다.
내가 내 뇌의 작은 박스에 갇히는 것, 그게 중독이다.
5cm 박스에 한번 갇히면 달시오크도 탈출하기 함 들다. 박스는 올무와 같다. 갇히면 빠져나가기 어렵고 발버둥 칠수록 더 옥죄어 오는 인생모순의 올무다.
그래서 잘 놀아야 한다.
잘못 놀다가는 5cm 박스인 올무에 걸린다.
자놀먹!(잘 자고 놀고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