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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놀먹5

일상은 일상이 되게

by 한현수

왜 중독에 빠지게 될까?


일상의 허약함 때문이다. 일상이 단단하지 못하고 일상에서 얻는 소소한 즐거움이 부족하면 외부의 도파민 자극원을 기웃거리게 된다. 일상에서 자신과 대면하는 일이 불안하고 지루할 때 일상을 벗어나려는 출구가 중독의 입구가 될 수 있다.


일상이 빼앗겼을 때 일상의 소중함을 느낀다. 항상 곁에 있는 일상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자고 놀고 먹는 일, 자놀먹!


어느 시인은 "일상은 흔하고 하찮은 것, 더러는 의미를 머금지 못한 채 날것의 덧없음으로 뒹구는 그 무엇이다. 누군가에게 일상은 평범함과 지루함의 감옥이다"라고 하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일상이 감옥인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 자리에서 처지를 받아들이거나 특별한 일을 찾아 탈출을 시도해야 할까? 일상에서 일탈하면 해결될까?


너의 일상이 초라해 보인다고 탓하지 말라. 풍요를 불려낼 만한 힘이 없는 너 자신을 탓하라(릴케)


일상은 일상이 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일상이 튼튼해진다.

일상은 축적의 힘이 작동하는 곳이다.


일상의 반복이란 이렇다. day to day to day to day to day to........ 그러나 끝없는 사막에 흩어지는 모래알 같은 day가 아니라 나이테처럼 쌓여가는 day는 나를 이루고 나를 지탱해 가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상은 평범하지만 쌓여갈 때 힘을 발휘한다. 잘 자고 잘 놀고(일하고) 잘 먹는 일상의 힘을 믿어 보자.


<일상>이란 책을 쓴 칼 라너는 일상은 꿀도 타지 않고 미화하지도 않은 채 견디어 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떠한 노동(학업)이든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결과들은 한결같다. 축적의 힘, 인스턴트 환희가 아닌 깊은 즐거움이다. 그 일상의 맛을 아는 사람들은 중독과 거리가 멀다. 결코 그들의 일상에 도파민 자극원이 들어올 수 없다. 일상의 맛을 아는 사람은 건강한 뇌를 가진 사람이다.


축제의 시간이 있었든 멋진 여행이 있었든 일상으로 잘 돌아올 수 있다면 다행이다.


누군가는 일상을 일상이 되게 한다. 일상을 축제로 만들지 않고도 일상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평범한 일상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변주한다. 종일 밭에서 괭이와 삽을 들고 있어도 땀흘리는 일상을 기다리게 된다. 어려움이 있어도 어려움 후에 오는 빛 같은 행복의 깊이를 안다. 평범한 데서 행복을 캐는 사람들은 일상이 특별하지 않아도 행복하다.


작지만 작은 행복을 쌓아가는 일상에서의 축적의 힘!.


누군가에겐 평범해서 가장 귀한 곳 그리고 누군가에겐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일상을 어찌 꿈엔들 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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