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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음 Oct 10. 2022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걸 용서해줄래?

4. 겨울, 위로의 계절

  



따뜻했던 낮이 지나고 차가운 바람이 담겨있는 밤이 오면 언제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었는지도 짐작하지 못할 만큼 차가운 밤이 찾아온다. 차가운 밤은 까만 밤을 만들어내고, 까만 밤은 숨어있던 수많은 별이 제 빛을 낼 수 있게 도와준다. 별이 제 빛을 내는 동안 사람들의 하루도 천천히 마무리된다.



포근한 이불속으로 들어와 크게 한 번 숨을 내쉰다. 하루가 끝났다는 안도감이 들면 그래도 내일은 달라질 거라는 기대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 포근한 이불속에서 안락한 하루의 마무리로 끝내려면 내일이 달라질 수 있는 행동을 해야만 한다. 내일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이유는 하나다. '사랑해'라는 말을 변함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길 바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사랑해'라는 말이 어려울 때가 있다.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이 들 때면 불안한 감정은 '초조함'이라는 감정을 끌고 온다.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결국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되면 이 사랑을 감당하지 못할 것만 같다. 감당하지 못할 걸 알기에 목까지 올라온 '사랑해'라는 말을 차마 밖으로 꺼낼 수가 없다.



사랑하지 않아서 말을 못 하는 게 아니라, 너무나 사랑하는데도 불구하고 용기가 없어서 내뱉지 못한다. 행복하지 않을 때 사랑해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아마 '사랑해'라는 말에 '너를 행복하게 해줄게'라는 내용이 내포되어서 인가보다. 행복하지 않은 기분으로는 도저히 '사랑해'라는 단어를 꺼내는 게 쉽지 않다.



불안감과 초조함을 느끼는 사람이 어떻게 사랑해라는 단어를 쓸 수 있을까. '사랑해'라는 말에는 큰 책임이 따르기에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니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랑해라는 말을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은 어땠을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상관없이 그저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 했던 사람에게 결국은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르면 '사랑해'라는 말을 내뱉는 게 쉬워질까. 기분이 좋고 안정될 때만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어떤 기분이든 상관없이 사랑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날에 진심을 다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너와 내가 어떤 하루를 보냈든 행복하게 해줄게"




'신지음 계절집'의 사계절 중 '겨을 : 위로의 계절'편 입니다.

4계절의 이야기가 틈틈히 올라올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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