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회복의 계절
풀린 눈의 표정을 사랑하게 되었다. 바로 이 표정 -> -_-
생기 있는 눈을 뜨기는 나이를 먹을수록 어려워지고 감정 없는 이 표정이 사람을 편안하게 해 준다는 걸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이 표정은 엄청나게 감정적인 내가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 중에 하나가 되었다.
나는 감정을 조금 더 세게 받는 사람이다. 슬픔이 더 크게 오고, 기쁨이 더 크게 오고, 공허함이 더 크게 온다. 내가 감정적인 데다가 감성적인 사람이라는 걸 안다.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라 감성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항상 생각했는데 결국 두 개를 모두 가진 사람이 되었다.
감정적이면서 감성적인 사람이라 남들보다 기록할 게 많다. 자주 하늘을 올려다 보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낄 줄도 안다. 내가 시인이라면 이 능력이 아주 좋은 능력이라고 칭찬을 받았겠으나 이 글을 쓰는 지금, 시인은 아니다. 회사원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우리는 감정을 자주 빼야 상처받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바로 이 표정으로 말이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죠?'의 마인드랄까.
"예예 그런데요."
내 얼굴에서 감정이 티 나지 않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표정에서 감정을 없애는 것이다. 그럼에도 회사에서조차 자주 감정적인 사람이 된다. 자주 웃고 자주 화가 난다. 아직은 미숙한 존재. 그리고 죽기 전까지도 미숙한 존재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그냥 이대로 살기로 했다. 내가 느낀 감정의 세계를 기록하면서.
감정적이든 감성적이든 이성적이든 어떤 기대도 하지 말자고 매일 다짐하면서도 매일 기대하고 출근한다. 이성과 감성은 매일 싸우다가 결국은 공존을 한다. 내 앞에 주어진 사랑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기록한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사랑하면서.
'신지음 계절집'의 사계절 중 '가을 : 회복의 계절'편 입니다.
4계절의 이야기가 틈틈히 올라올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