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위로의 계절
기분 나쁜 꿈을 차례로 이어 꾸고는 또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났다. 무서운 꿈을 꾸고 나면 꼭 어린아이가 되고 만다. 무서운 영화 자체를 보지 않는 나는 무서운 꿈에는 아무리 적응하려 해도 할 수가 없다.
그래, 이 정도쯤이야.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잖아.
무서운 꿈을 꾸고 나면 어디라도 전화를 하고 싶어 진다. 내 옆에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하고, 꿈속은 그저 꿈속일 뿐이고 이곳이 현실이라는 걸 알려줄 사람이 필요하다.
아무 곳에도 전화를 하지 못했다. 그냥 이제 괜찮다고 말했던 내 말에 책임을 지고 싶었다. 이제는 잘 해낼 수 있다는 말을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나쁜 꿈을 꿨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럼에도 아직 기댈 곳이 필요했나.
아무 이유 없이 연락했는데도 원 없이 수다 떨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문자보다는 대사의 높낮이와 온기까지 전해지는 전화를 좋아하면 좋겠다. 기분 나쁜 꿈을 꾸고 전화하면 기분 나쁜 꿈은 기억도 안나는 사람이면 좋겠다. 맛있는 걸 먹고 같이 웃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어떤 날도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면 더욱 좋겠다.
맛있는 걸 먹고 산책을 다녀왔다. 한참 동안을 음악을 들으며 걷다가 기분이 한결 나아지고 별 거지 같은 꿈은 기억도 나지 않을 때 즈음 집으로 돌아왔다. 무서운 꿈을 꾼 건 너무 많이 잔 탓이고, 내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거니까 움직이면 해결될 아주 사소한 일일 뿐이다.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는 일.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글과 사진을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읽는 사람은 기분이 한결 나아지고 따뜻해지는 글을 써내려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글이 쌓여 누군가에게 기분이 좋아하지는 책을 선물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신지음 계절집'의 사계절 중 '겨울 : 위로의 계절'편 입니다.
4계절의 이야기가 틈틈히 올라올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