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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음 Oct 12. 2022

안심해 : 잠시 쉬어가도 되는 계절

겨울, 위로의 계절

  




바람이 점차 차가워지면 다음 해를 준비해야 한다. 겨울은 살을 에는듯한 바람을 선사한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한껏 웅크린 채로 스스로를 감싸고 있어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겨울에는 조금 내려놓아도 좋다. 웅크렸던 몸을 얼마나 크게 기지개를 펼지 기대하게 만드는 건 겨울이 가진 매력이다. 기대는 인생을 성장시키고, 살아갈 힘을 준다. 무엇보다 잠시 멈춰서도 되니까 안심하라고 말해주는 겨울은 어떤 계절보다도 안락하다. 가을 수확한 고구마와 알밤을 불에 구워먹게 해주는 것도 모자라 쉬어가라며 따뜻한 아랫목을 내어준다.



내일 뭘 해야 하는지 재촉하지 않는다. 주저 앉아 있다고 해서 불안할 필요가 없는 계절, 겨울의 이야기를 만나고 있다면 오히려 안심하는 게 좋겠다. 곧 봄이 온다는 거니까. 그럼에도 봄만 기다리기에는 이 겨울이 너무나 아름답다.



눈이 내리는 게 어찌나 예쁘던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가진 것 하나 없지만 산 속에서 보는 눈은 눈이 부시도록 맑아서는 겨울이 이토록 맑고 아름다웠는지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어떤 계절이든 한결같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고는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이야기한다. 그럼 나는 한결 같이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 머물러서 영광이야"



선물 받은 하루가 흘러간다. 한없이 맑은 겨울의 조각이 쌓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날이었음에도 후회되지 않았다. 내가 지나온 날들에 대한 결과를 남들에게 보여줄 수 없었음에도 이제 그것이 두렵지 않았다. 누군가가 나에게 ‘시간을 낭비했다’라 말해도 그냥 웃을 수 있었다. 그 시간들을 낭비하지 않았다는 건 내가, 내 삶의 주인인 내가 가장 잘 알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계속 성취해 나가야 하는 순간들 속에서 남들에게 지지 않는 삶을 살고 싶어 했다. 그렇기에 무조건 달려야만 했다. 그리고 좌절하고 또 좌절하고 끊임없이 좌절했다. 수백 번, 수천 번 비교하면서 나는 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보냈던, 잠시 머물렀던 그 여유롭고도 따뜻했던 순간들은 나의 모든 순간에 힘이 된다. 미래의 내가 아닌 현재의 나를 볼 수 있던 시간들. 사회가 요구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그저 나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준 시간.



누군가는 잘못됐다 말해도 나는 값진 시간이라 말한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 시간이 아니라는 걸 내가 아니까.




::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힘이 있다는 건 아주아주 기쁜 일이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아주아주 신나는 일이야.

서툴러서 넘어지고, 조급해서 아등바등거려도

뭔가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로 신이 나서 온종일 설렘으로 가득 찬 하루가 시작돼.  


   

시작하면 돼. 천천히 차근차근 걸어가면 돼.

아주 찬란하고 아름다운 오늘을, 더 예쁘고 찬란하게 만들어 가면 돼.     



때로는 이상한 순간과 이상한 사람들,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불안하고 초조해지기도 해.     



잠깐이야. 아주 잠깐이야. 비 온 뒤 세상은 정말 아름다워.

땅을 물기를 머금고, 새싹을 틔워내.

물방울이 맺힌 나뭇잎은 고요하고, 햇살은 너무나 따뜻해.     



우리 아주 예쁘고 아름답게 이 세상 걸어볼까.

걷고 싶은 길로, 그저 마음이 끌리는 길로.




'신지음 계절집'의 사계절 중 '겨울 : 위로의 계절'편 입니다.

4계절의 이야기가 틈틈히 올라올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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